
글: 이현승, 더 코리아 시그널 정책 및 대외협력 이사
6월 11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기존의 인도적 일반허가만으로는 더 이상 북한에 수출할 수 없고 이제 OFAC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기 목록을 발표했다. 목록의 내용은 겨냥이 뚜렷하다 — 산소 발생기, 진단용 영상장비, 그리고 분당 일정 유량 이상의 펌프 등, 붕대나 항생제가 아니라 정밀 부품에 해당하는 의료장비들이다. 발표에 기자회견은 없었다. 그로부터 사흘 전, 미국의 한 조약 동맹국이 바로 그 범주의 장비를 평양으로 보냈다. 제주도는 6월 8일 연합뉴스와 외신을 통해, 약 1억 6000만 원 — 약 10만 5000달러 — 상당의 물품을 북한에 보냈다고 확인했다. 한라봉 묘목, 비닐하우스 자재, 산림 방제용 약품, 그리고 소모품을 포함한 신장투석기다. 화물은 4월 1일 인천항을 떠나 중국 다롄항을 경유해 5월 4일 남포항에 도착했으며, 서울 통일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북 물자 반출로, 제주도는 이를 과거 ‘비타민 C 외교’의 부활로 규정했다. 말하자면 인도적 지원이다. 문제는 이 일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이다.
협상 테이블 맞은편의 공작원
한국 언론 보도는 2월 말 베이징에서 제주도지사가 리호남과 협상했다고 전한다. 서울 소재 자유민주연구원을 이끄는 유동렬 원장은 그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공개 자료를 축적해 온 인물로, 리호남을 북한 정찰총국에 연결된 부부장급 특수공작원으로 규정한다 — 리철운, 장호진 등 여러 가명을 번갈아 쓰며 30년간 대남 공작을 벌여 온 베테랑이다. 리호남은 1990년대 말 이른바 ‘흑금성’ 사건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한국 정보 당국은 오랫동안 그를 북한 최고위층의 신뢰를 받아 움직이는 인물로 평가해 왔다. 그는 공식 회담의 전면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접촉할 때마다 그때그때 적당한 명함을 만들어 썼다.
그의 이력은 남북 물밑 채널의 역사 그 자체다. 2006년 10월, 리호남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그리고 이화영 의원을 베이징에서 만나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고 — 이 접촉은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데 일조했다. 그는 또한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중심에 선 북측 인물이다. 2019년 약 800만 달러가 불법적으로 북한에 송금됐는데, 이 가운데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 현 대한민국 대통령 — 의 방북 추진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그중 70만 달러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리호남에게 전달됐다고 본다. 무엇보다, 2017년 9월 26일 미 재무부는 리호남을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류경상업은행 대표로 지목해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올렸고, 그의 자산은 미국법상 동결됐다. 이 지정만큼은 어떤 논쟁적 서사가 아니다. 미국 정부의 공개된 공식 기록이다.
유엔 쟁점은 인정하자 — 문제는 그게 아니다
서울 측의 가장 강력한 항변을 먼저 인정하되, 제주도 자신의 말이 아니라 중립적 권위에 근거해 인정하자. 통일부는 NK News에 이 교류를 승인했다고 밝혔고, 과거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했던 유엔 전문가패널의 한 전직 위원은 식품과 대부분의 의료기기는 대체로 안보리 결의의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완제 의료기기와 농산물은 산업용 기계·금속류를 금지한 결의 2397호의 대상 밖에 있으며, 지난 2월에는 1718 위원회가 미국의 양해 아래 인도지원 면제를 일괄 해제하기도 했다. 그러니 전적으로 인정하자. 어떤 유엔 규정도 위반되지 않았고 별도의 면제도 필요 없었다고 가정하자.
문제는 애초에 화물의 품목분류가 아니었다. 그 화물이 거쳐 간 손이었다.
‘리호남은 투석기를 받은 적이 없다’는 반사적 항변은 미국 제재가 작동하는 방식을 오해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 ‘쇼핑 목록’은 그의 것이었다 — 공작원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이 제주도에 투석기와 묘목, 방제 약품을 요청했다. 수령처로 지목된 북한 장애인후원단체의 대표는 그 자리에 없었고, 제주도는 외신에 스스로 인정했듯 물품이 도착했는지조차 북측으로부터 확인받지 못했다 —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요컨대 미국의 제재 대상 인물이 물품을 지정했고, 서울의 통일부가 이를 승인했으며, 제주도가 실어 보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 권한이 포착하도록 설계된 종류의 ‘노출’이며, 그 노출은 화물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에 붙는다. 제재 대상 공작원을 거쳐 전달된 귤 한 상자는 통제 품목인 기계와 같은 종류의 문제다. 물건은 바뀌어도 노출은 그대로다. 다롄 경유 경로는 그 노출을 넓힐 뿐이다 — 결제 은행이든 화물 대리점이든, 그리고 미국 달러와의 어떤 접점이든 모두 사정권으로 끌어들인다.
그 기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서류상으로는 어떤 면제로도 답할 수 없는 물음이 하나 더 있다. 그 장비가 누구에게 쓰이느냐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철저히 등급제이며, 최상급 시설은 김씨 일가와 고위 간부들의 몫이다. 수령처 인사가 자리에 없었고, 물품 도착 확인도 없었으며, 제재 대상 정보 공작원이 거래를 주도한 상황에서, ‘물품이 일반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인도적 지원의 전제는 여기서 사실이 아니다. 그저 희망일 뿐이다.
이 불투명성이야말로 6월 11일 목록이 나온 가장 그럴듯한 이유이기도 하다. OFAC가 개별허가 대상으로 되돌린 장비들은 정밀 펌프와 컨트롤러, 센서로 작동하는데 — 이는 수출통제 체제가 예의주시하는 이중용도 부품들이다. 유엔의 품목분류와 미국의 비확산 우려는 서로 다른 잣대다. 어떤 기기는 안보리 목록을 통과하고도 여전히 워싱턴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다자 체제가 2월에 인도적 통로를 열어 둔 와중에도, 미국은 6월에 그 의료기기 하위 통로를 좁혔다. 인도적이라는 딱지는 유엔은 만족시킬지 몰라도, 미국법상 무사통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왜 10만 5000달러가 진짜 문제가 아닌가
바로 이 때문에, 여섯 자리 숫자에 불과한 이 반출이 그 액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 제재는 본질적으로 공조의 수단이다. 모두가 선을 지킬 때에만 작동한다. 가장 큰 구멍은 중국과 러시아다 —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이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은, 가장 가까운 동맹들이 스스로 예외를 만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국의 조약 동맹국이 미 재무부가 제재한 인물을 거쳐 거래를 성사시키고도 ‘인도적 물품이었으니 문제없다’며 사안을 덮을 수 있다면, 미국은 무슨 명분으로 적성국들에게 각자의 선을 지키라고 말하겠는가? 우방이 뚫어 놓은 틈이 있는 벽은 벽이 아니다. 형식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미 다른 지자체들이 제주도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내다본다 — 즉 진짜 위협은 물자가 아니라 선례다.
이 모든 것이 교류 자체를 부당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니다. 해법은 모든 통로를 닫는 것이 아니라 교류를 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워싱턴과 서울은 대북 지방·인도적 거래를 위한 상설 사전 조율 채널을 마련해, 물품이 실려 나가기 전에 — 사후에 언론에 드러난 뒤가 아니라 — 동맹끼리 조율해야 한다. 재무부와 국무부는 한국의 광역·기초 지자체와 그 거래 은행들에, 거래 사슬에 제재 대상 인물이 끼어 있는 경우 유엔의 인도적 지위가 미국법상 노출을 면제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한 지침으로 제시해야 한다. 모든 인도적 통로는 검증된 비(非)제재 상대방을 통해, 실질적인 최종사용 검증과 함께 운영되어야 한다 — 바로 이번 거래에 없었던 것들이다. 그리고 의회는 재무부에 던지는 단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다. 미국과 연결된 은행이 이 거래에 단 한 번이라도 관여했는가?
반대편에도 진지하게 새겨들을 논거가 있다. 인도적 지원이 예외로 인정되는 것은, 국제사회가 그것을 허용하기 위한 장치를 일부러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서류 절차에 흠이 없다면 비판의 상당 부분은 누그러진다. 모든 통로를 끊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으며, 교류는 언젠가 있을 안정의 전제조건일 수도 있다. 서울의 여당은 리호남의 역할에 관한 검찰의 서사를 반박하고, 제주도는 지사가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 그러나 그것은 한국 법원의 몫이지, 거래 상대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미국 제재법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목표가 아니라 방식이다. 다자 절차를 거치는 교류 — 정식 면제, 사전 협의, 상호주의, 그리고 북한 정권이 이 장면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갖춘 교류 — 는 인도적 목적과 동맹을 함께 지킨다. 제재 대상 공작원을 거쳐, 최종사용자를 가리는 경로로 이뤄지는 교류는 그 어느 것도 지키지 못한다. 그것은 평화를 사지 못한다. 다만 동맹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산 — 신뢰 — 을 갉아먹을 뿐이다. 여기서 위험한 것은 애초에 투석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례이며 — 노련한 공작원의 희망 목록을 외교로 착각하려는 유혹이다.
더 코리아 시그널의 이현승 정책 및 대외협력 이사는 북한 탈북자이자 인권 운동가이며, 글로벌피스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에서 수석 전략가로 북한 정책, 인권, 한반도 통일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북한 청년 지도자 회의’의 창립자이며,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미국 정부와 정책계 자문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14년 정권의 대대적인 숙청 물결 속에서 탈북하기 전, 이현승은 북한의 해운 및 광업 분야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북한과 중국 간의 무역을 주선했으며, 조선인민군 특수부대 상사로 복무했다. 그는 유나이티드 프레스 인터내셔널(UPI), 미국 소리 방송(VOA), 자유아시아방송(RFA)을 비롯한 여러 글로벌 언론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이 씨는 중국 동북재경대학교에서 국제무역 및 경제학 학사 학위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