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홍성구, 뉴스앤포스트 대표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을 꾸짖고 김정은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는 미북정상회담의 재성사 여부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더 코리아 시그널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이 사건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어떤 한반도 미래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북한도 그걸 알고 있다
5월 17일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합의 관련 Fact Sheet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President Trump and President Xi confirmed their shared goal to denuclearize North Korea.)”라는 문장을 포함하고 있다.
핵무기를 유지하려는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미국 모두가 적인 셈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유화적인 자세로 동맹을 강화하는 것과, 한국을 속국화함으로써 북한을 견제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과의 무역량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켰고, 2026년 6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인프라, 관광, 농업, 보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같은 중국의 친북 성향 조치들은 핵보유를 인정해주는 것과는 별개라는 점이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을 앞장세워 북한을 비핵화하려 할 것이다.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말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 방문 당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중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미북 정상회담은 두 나라 사이에 결정할 일이며 특히 미국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라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데 방점이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이 일에 적임자이며, 중국은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한반도에 두 나라가 공존하는 형태가 여러 모로 중국에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한반도 평화공존”은 중국 측의 의중을 100%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이 외교부장은 1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20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과 북한을 “두 국가”라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남북 양측’ 등의 표현을 써 온 중국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공존”은 남북한 모두가 친중 성향 정부로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한,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억제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한국은 미국의 공급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큰 고통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전략이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얼마나 위험한 지를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
미국은 오래도록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지켜왔다. 이 목표를 폐기한다는 선언은 현재까지 전혀 나온 바가 없다. 또한 북한을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에 따른 백악관 팩트시트 발표 이후, 국무부는 6월 9일자 미·일 확장억제대화(U.S.-Japan Extended Deterrence Dialogue)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이미 종결된 문제였다. 그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DPRK’s pursuit of nuclear weapons was a closed issue. They reaffirmed their commitment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이미 끝난 사안으로 취급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6월 27일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DPRK)의 사이버 기반 수익 창출을 저지하기 위한 3국 간 협력 강화(Advancing Trilateral Cooperation to Disrupt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Cyber-Enabled Revenue Generation)“에서 미·한·일 3국은 “세 대표단 모두 북한(DPRK)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All three delegations reiterated their commitment to achieving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57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와 함께 전쟁에 참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은 북핵에 대응하는 핵억제력 확대라는 카드를 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는 반면, 피트 헤그세스 전쟁장관은 “억지력(deterrence)”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라는 슬로건은 베네수엘라나 이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고 해서 그것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포기한 것으로 직접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또한 평양과 워싱턴이 직접 소통하면서 ‘코리아 패싱’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끊겠다거나 한국을 버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조기 중단시키면서 북한이 반응하도록(이것을 김정은이 답변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음) 분위기 전환을 이뤄냈고,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히면서 이재명 정부에 대한 경고음도 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57개라며 숫자를 특정했는데, 이는 김정은에게 위협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읽혀지며, 따라서 남·북한 모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는 지금 한반도 평화 추진 중”
이같은 상황에서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정책 부비서실장 겸 미국 국토안보보좌관이 폭스뉴스의 숀 해니티와 인터뷰 하던 중 발언이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해니티가 20일(목) 엑스에 올린 동영상에서 밀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1950년대 정전 협정 이후 한 번도 달성되지 못했던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He’s now pursuing peace on Korean Peninsula, which hasn’t been achieved since the armistice in the 1950s.)”고 말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 한반도 평화를 추구해오기는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을 가졌고, 2019년 6월 30일에는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북한 땅에 발을 디디는 등 북한 최고 지도자와 세 차례 만남을 가져 역대 대통령들과는 차별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미북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등을 문서로 남기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비록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해 실질적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한의 도발 억제 효과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한편 해니티는 엑스(X)에 밀러의 발언 내용을 올리면서 “무역, NATO, 한국, 이란, 베네수엘라, 2% 인플레이션, 사상 최대 세금 감면, 15개월 동안 국경 방출 제로”라고 메모했다.
해당 영상에서 밀러가 구체적으로 국가 이름을 언급한 것은 한국, 이란, 베네수엘라 등 세 나라다. 모두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이 큰 국가들로 이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 세 나라에 공을 들였다는 점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해니티도 밀러도 “한국(Korea)”이라고만 표현했을 뿐, “북한(North Korea)”이라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트럼프의 화살이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친중 성향의 대한민국 현 정권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면서 그 대화에 한국 정부가 끼어들 틈을 내주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이 겪었던 나쁜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읽혀진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한반도 평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과연 밀러가 언급한 “50년대 정전 협정 이후 한 번도 달성되지 못했던 한반도 평화”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적대적 관계였던 때도, 양자간 협력 관계를 구축했던 때도 있었다. 두 국가로서 평화 공존을 모색한 여러 과거사가 있었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밀러는 분명 트럼프의 접근 방법이 “한 번도 달성되지 못했던” 평화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혹시 “통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76년 전에 시작된 6.25 전쟁을 끝내는 종전협정과 남북간 평화조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북간의 평화조약만으로는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하는 4자 평화협정, 또는 러시아와 일본까지 참여하는 6자 평화조약이 만들어지는 것도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어느 쪽이 되었든 “한 번도 달성되지 못했던” 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오직 트럼프이기에 가능하다라는 평가도 따라나올 것이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구상이 베네수엘라 방식(지도부 제거 후 정부개편)이 될지, 이란 방식(고도의 고립화로 붕괴)이 될지, 아니면 미국, 중국, 남북한,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될지 사뭇 기대감을 갖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