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진 커밍스
더 코리아 시그널 공동편집장 겸 수석 칼럼니스트
워싱턴의 정책 커뮤니티와 대부분의 싱크탱크는 지금 한국을 대체로 안정된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은 워싱턴 방문에서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회담에서는 국방비를 GDP 3.5% 수준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2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 계획을 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동맹이 탄탄해 보이고, 서울이 내세우는 “실용주의 정부” 이미지도 미국 조야에서 상당히 잘 먹히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표면이 가장 위험한 오독이다.
이재명 정부의 문제는 미국 앞에서 한미동맹을 부정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을 만날 때는 동맹을 강조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를 약속하며, 방위비 확대와 주한미군 지원 규모까지 숫자로 내놓는다. 그래서 워싱턴이 공개 발언과 예산 자료만 보면, 한국은 여전히 미국 편에 서 있는 믿을 만한 동맹국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내부에서 정부 여당과 그에 동조하는 언론, 시민단체가 내놓는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면 이재명 정부와 그 주변 세력은 이를 곧바로 “미국의 착취”라고 설명한다. 미국이 공급망을 다시 짜고 한국 기업에 중국 의존을 줄이라고 압박하면, 이를 “한국 기업을 미국 이익에 묶어두려는 행위”로 몰아간다. 중국 문제를 말할 때는 중국의 군사 위협, 정보 탈취, 기술 침투보다 경제 협력과 시장 접근을 먼저 앞세운다. 북한 문제를 말할 때도 핵과 미사일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보다 대화와 협력을 먼저 말한다. 6·25전쟁의 책임과 한반도 분단의 원인을 미국에 돌리는 오래된 반미 주장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이재명은 과거 자신이 말했던 “미국은 약소국을 착취하는 점령군”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니다. 그는 한국 국민 앞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자극하고, 필요할 때는 워싱턴에 가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지도자처럼 행동한다. 워싱턴이 봐야 할 지점은 바로 이 차이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 관리들 앞에서 말하는 동맹 발언과, 한국 내부에서 국민에게 던지는 정치 메시지는 같지 않다. 미국은 서울이 워싱턴에서 하는 말만 볼 것이 아니라, 이재명이 한국 국민에게 미국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북한 인권에는 침묵하고, 미국의 동맹국에는 분노하는 이중 기준
이재명의 이중성은 북한 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26년 4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일인 욤 하쇼아(Yom HaShoah)를 하루 앞두고 SNS에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을 고문한 뒤 건물에서 떨어뜨렸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유하며, 이를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영상은 이미 가짜로 밝혀진 것이었고, 이스라엘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도 이재명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5월 20일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체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 앞에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북한 정권은 정치범수용소, 공개 처형, 강제노동으로 자국민을 짓밟고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북한 정권을 압박해야 할 대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2025년 6월에는 인천 강화도에서 미국인 6명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북한으로 쌀, 성경, 달러, USB를 보내려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 사건은 이재명이 관련 활동에 엄정 대응을 지시한 직후에 벌어졌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재명은 이스라엘 문제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영상까지 들고 나와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실제로 자국민을 가두고, 굶기고, 처형하고, 외부 정보 유입을 막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북한 주민에게 성경과 USB, 달러, 쌀을 보내려는 활동에는 법을 들이대면서, 북한 정권의 범죄에는 “대화”와 “협력”을 말한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많은 한국 국민들이 이 장면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이 문제를 충분히 보도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인사들은 워싱턴에 가면 이런 비판을 일부 극우 세력의 주장처럼 설명한다. 한국 내부에서 실제로 커지고 있는 국민의 분노를 작게 보이게 만들고, 미국에는 한미동맹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한다.
이 흐름은 이재명 정부에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6·25전쟁 이후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대국의 착취”로 몰아가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현실적 선택”으로 포장하는 주장이 계속 퍼져왔다. 학교, 언론, 시민단체 안에서 그런 주장이 오랫동안 반복됐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그 흐름이 더 빠르게,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한국 안으로 들어온 중국의 영향력
이 문제는 더 이상 한국 내부의 정치 선택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중국 쪽으로 기울면서, 그 결과는 한국 안보와 주한미군, 한미 정보 협력, 대북 억지 체계에 직접적인 위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역시 오랜 세월 중국을 값싼 생산기지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이용하면서, 동맹국들이 중국 경제에 깊이 의존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방치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 시장, 자본, 기술 이전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고, 한국을 포함한 많은 동맹국들도 중국을 “피할 수 없는 경제 파트너”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 리쇼어링과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통제로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지만,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키운 것은 미국의 과거 정책과 기업, 서방 자본이었다. 지금 미국이 직면한 중국 의존 구조의 위험은, 미국이 스스로 만들고 키워온 결과이기도 하다. 이 구조는 한국 같은 동맹국들까지 중국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예를 들어 한국 내 중국 자본의 부동산 매입 문제만 봐도, 주변국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더 이상 단순한 투자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국토교통부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 10만216호 중 중국인 소유가 56.6%로 가장 많았다. 토지 보유에서도 중국은 외국인 보유 토지의 7.9%를 차지한다.
더 민감한 사례도 있다. 중국 정부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주변 약 1,256평 규모 토지를 매입했다. 이곳은 주한미국대사관 이전 예정지와 가깝고, 과거 대통령실·국방부 권역과 맞물린 안보 핵심 지역이다. 제주도 역시 중국 자본이 관광, 투자 명목으로 토지와 건물을 대거 사들였고, 최근 3년간 제주에서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 중 약 70%가 중국인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제주 민군복합항과 해군기지가 있는 전략 지역에서 중국 자본이 부동산을 넓혀가는 문제를 단순한 투자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중국의 영향력은 이처럼 부동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 안보 시설과 정부 핵심 시설이 중국계 지도 서비스와 온라인 공간에서 과도하게 노출되는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군사시설, 정보기관, 대통령실, 미국 관련 시설 주변의 정보가 외부 플랫폼을 통해 노출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 공간이 중국의 정보 수집 환경 안으로 들어가는 문제다.
정보 공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정보당국은 2023년 중국 PR 업체가 운영한 38개 한국어 가짜뉴스 사이트를 적발했다. 이 사이트들은 한국 언론사처럼 위장한 채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국에 비판적인 콘텐츠를 유포한 것으로 지적됐다. 2024년 2월에는 같은 중국 홍보업체 관련 178개 사이트가 추가로 더 적발되면서, 총 200개 이상의 사이트가 확인됐다. 2025년 4월에도 또 다른 중국 업체 Quanmeishe가 서울신문, 제주일보, 매일신문 등 실존 한국 언론사 이름을 그대로 도용한 7개 가짜 사이트를 운영 중인 것을 국정원이 추가로 적발했다.
2026년 현재까지도 국정원과 미국 Graphika 등 국제 조사기관은 중국 연계 세력이 현지 언론사로 위장한 가짜 사이트를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방식은 과거보다 정교해졌고, 목표는 더 분명해졌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한국 언론과 온라인 공간을 이용해 중국을 우호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 SNS에서는 댓글 공격과 가짜 뉴스 유포로 한국 내부의 갈등을 확대하고, 그 갈등을 한미동맹을 흔드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때마다 중국에 유리한 보도를 반복해왔다. 중국의 군사 위협과 정보 침투, 기술 탈취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고, 미국의 대응을 다른 국가에 대한 도발처럼 보도한다. 이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중국이 한국 안보에 가하는 실제 위험보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을 약탈하는 국가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문제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재명은 이란과의 협상을 강조하며 사실상 이란 쪽 입장을 두둔했지만,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한국 관련 선박 26척이 고립됐고 한국인 선원(외국 선박 포함) 최대 186명 정도가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한국 선박과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이재명 정부와 그 지지층은 “왜 한국이 미국의 싸움에 이용되어야 하느냐”는 말만 반복하며 반미 감정을 확산시켰다.
그들은 이란의 핵 위협과 이란 정권의 자국민 학살은 외면하면서, 미국이 자기 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는데 집중했고, 이재명이 동맹을 외면한 지도자가 아니라, 미국의 압박을 막아내고 한국의 주권을 지키는 대통령처럼 포장했다.
한국 언론도 미국의 이란 작전을 보도하면서 “미국의 실패”라는 주장만 반복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과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냉정하게 분석하기보다,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보도에 집중했다. 보수 유튜버와 SNS가 아니었다면, 많은 한국 국민들은 미국이 이란에게 거꾸로 공격당해 큰 피해를 입었고, 미국의 군사력이 흔들린 것처럼 오해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렇게 “실용주의”라는 말 뒤에 숨어 중국과 가까워지는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한국 안보와 여론에 가하는 위협도 “협력”이라는 말로 덮으면서, 국민들이 중국, 북한, 러시아로 이어지는 공산 세력의 확대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에는 압박, 중국 기업에는 침묵
기업 규제 문제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이중 기준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민주당은 공개 청문회에서 쿠팡 CEO를 사실상 공개 재판하듯 몰아세웠다. 의원들은 CEO에게 고성을 지르고, 답변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 말을 끊었으며, 공개석상에서 모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업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장면에 가까웠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과거 카카오톡, SK텔레콤 등 국내 대형 플랫폼과 통신사를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반복됐다. 그러나 한국 좌파 정치권은 당시 쿠팡 CEO를 몰아세웠던 것처럼 공개 청문회장을 마녀사냥판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쿠팡 사건에서는 미국 기업 CEO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정치적으로 공격했지만, 국내 대형 플랫폼과 통신사 사건에는 같은 강도의 정치적 압박을 가하지 않은 것이다.
스타벅스 ‘탱크 데이’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은 대통령 직분으로 직접 나서 스타벅스를 압박했다. 정부 행사에서 스타벅스 제품을 쓰지 말라는 불매 지시가 나왔고, 군부대 내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 중단까지 거론됐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 보호나 기업 윤리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특정 미국 기업을 겨냥해 시장에 직접 개입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 커피 브랜드와 차 브랜드들은 서울 시내에서 빠르게 매장을 늘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의 시민들은 이재명 정부가 중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가장 큰 경쟁자인 미국 브랜드 스타벅스를 정치적으로 위축시키려 한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보호가 진짜 목적이라면 기준은 같아야 한다. 미국 기업이든 중국 기업이든, 같은 문제가 있으면 같은 방식으로 조사하고 같은 강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는 대통령까지 나서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중국 기업에는 같은 칼날을 들이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기업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고, 중국 기업에는 사실상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이재명의 노골적인 시장 개입이다.
여론의 균열과 자주 노선의 위험
한국 국민의 다수는 여전히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본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북한 문제에서는 압박보다 대화를 앞세우며, 미국 기업과 주한미군 문제에서는 선택적으로 압박을 가하는데도 워싱턴이 분명한 경고를 하지 않는 상황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그냥 지켜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Stars and Stripes가 보도한 Nira Data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폴란드와 한국은 미군 기지 주둔에 대한 국민 지지가 강한 외국 국가로 나타났다. 폴란드는 51%, 순지지율은 +27이었고, 한국은 순지지율 +14를 기록했다.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6%에 이르고,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도 80.1%로 높게 나타났다.
이 숫자만 보면 한국 국민은 여전히 미군 주둔과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 한국 내부의 변화를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한국 국민의 한미동맹 지지는 여전히 높지만, 그 지지의 성격은 과거보다 더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2024년 조사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2023년 72.1%에서 2024년 66.9%로 떨어졌다. 숫자만 보면 한국은 여전히 미국을 지지하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미국의 안보 약속이 실제 위기에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치권이 이 불안을 이용하면서 상황은 더 위험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미국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핵과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와 정보, 군사 압박으로 한국을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뒤로 물러서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이 과연 북한과 중국의 압박을 혼자 막아낼 수 있겠느냐는 시민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보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한국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주한미군 철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자주국방이라는 구호가 반복되어 왔다. 자주국방은 어떤 주권국가도 지향해야 할 정당한 목표다. 그러나 자주국방은 정치적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성 정보, 감시정찰 능력, 미사일 방어, 핵 억제, 사이버·우주·전자전, 연합작전 지휘능력, 그리고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은 “자주국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심 토대”라고 말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와 안보 주권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한국 국민은 한국이 아직 미국의 핵우산, 전략자산, 미사일 방어, 정보, 정찰 능력 없이 북한 핵 위협과 중국의 압박을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의 이런 주장을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이재명의 요구를 받아들여 실제로 한국 방위에서 한 발 물러날 가능성이다.
아직 이 모든 조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 환수를 정치적 성과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신중한 안보 정책이라기보다 위험한 전략적 도박에 가깝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중국이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에서 군사적 압박을 확대하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지휘체계의 변화는 단순한 주권 담론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작권 환수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다. 위성 정보와 전략정찰, 미사일 방어, 핵 억제, 사이버·우주전, 실시간 전장 인식과 연합지휘 능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시간표에 따라 추진된다면, 그것은 주권 회복이라는 이름의 안보 공백이 될 수 있다.
DMZ 관리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비무장지대는 남북 간 군사분계선일 뿐 아니라 정전협정 체제와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이 결합된 국제 안보 구조의 핵심 공간이다. 한국 정부가 DMZ 관리에서 더 큰 역할을 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유엔사의 권한 약화나 정전 체제의 정치적 재해석으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 안보 구조 전체에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의 좌파 정치 세력은 이 문제를 민족 자주나 주권 회복의 문제처럼 설명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은 실제 안보 현실을 무시하고 듣기 좋은 구호만 앞세우는 것이다. 유엔사, 주한미군, 한미연합사, 확장억제는 단순히 외국 군대가 한국에 남긴 흔적이 아니다. 그것들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고, 중국이 한국을 쉽게 압박하지 못하게 하며,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온 핵심 안보 장치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자주국방은 겉으로는 한국의 안보 주권을 강화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역할을 줄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 공조에서 한국을 뒤로 빼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은 자주국방이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한미동맹에서 멀어지고 중국으로 기우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북한, 러시아 3국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미국보다 이들 3국과 더 가깝게 움직이려는 정권이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 5위 수준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이고, 대부분의 남성 국민이 병역 의무를 지는 국가다. 그런 한국에서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보다 중국, 북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 한국전쟁을 경험한 국민들과 그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진영 논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 한국 국민들의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SNS를 통해 미국에 직접 경고를 보내고, 한미동맹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한국 내부의 정쟁으로 보지 않는다. 북한 핵 위협, 중국의 압박,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은 한국의 안보를 직접 흔드는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조약, 무기 구매, 방위비 숫자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한국 국민이 미국을 어떻게 보고, 정치권과 언론이 중국과 북한을 어떻게 설명하며, 정부가 미국의 요구와 중국의 압박을 국민에게 어떤 말로 전달하는지가 동맹의 실제 힘을 결정한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워싱턴이 이제 해야 할 일
워싱턴은 이재명 정부에 더 이상 애매하게 묻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중국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국으로 남을 것인가. 이 질문을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던져야 한다.
동맹은 조약이 폐기되는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권과 언론의 반미 주장에 길들여지고, 중국의 정보전에 노출되어 미국을 의심하기 시작할 때부터 무너진다. 중국의 압박을 위협이 아니라 교류로 받아들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더 이상 당장의 안보 위협으로 보지 않게 될 때, 동맹은 이미 내부에서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이 진정으로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한국 정부의 공식 외교 언어가 아니라 실제 행동을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워싱턴이 집중적으로 확인해야 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방비 확대와 미국산 무기 구매 약속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고, 한미연합작전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한다면, 그 이후 미사일 방어·전략정찰·사이버·우주전·핵우산 운용에서 한국이 실제로 어떤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둘째, 한국이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구체적 계획을 계속 미룬다면, 그것은 협력이 아니라 시간 벌기에 가깝다. 워싱턴은 한국 정부에 공급망 탈중국 계획의 구체적 로드맵을 요구해야 한다.
셋째, 인도태평양 안보에서 한국이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대만 유사시, 남중국해, 첨단기술 통제, 해상 교통로, 에너지 안보는 모두 한국 경제와 안보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반도체, 조선업, 수출 항로, 에너지 수입이 이 지역 질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 이후 어렵게 구축된 한미일 안보협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연결고리다. 이재명 정부가 대만 문제와 중국 견제에서 거리를 두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국내 정치 부담처럼 다룬다면, 베이징은 별다른 비용 없이 그 연결고리 하나를 흔들 수 있다. 이재명이 과거 선거 과정에서 대만 문제를 “남의 나라일에 왜 우리가 신경 써야 하냐”며 선을 그었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워싱턴이 주목해야 할 신호다.
넷째,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러시아, 중국과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평화 회복”이라는 표현에만 머무는 것은 동맹의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신호다. 더욱이 이재명은 북한이 오히려 남한의 도발을 염려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쪽이 북한이 아니라 남한과 미국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워싱턴은 이재명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피스메이커를 하면 자신은 페이스메이커로 지원하겠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친북 성향으로 오래 비판받아 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평안북도 구성시를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지역으로 공개 거론했다. 구성은 한미가 그동안 공식 확인하지 않았던 민감한 시설로, 미국이 핵심 정보로 관리해 온 지역이었다. 정 장관의 발언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한미 정보 협력의 신뢰를 직접적으로 훼손한 사안이었다.
다섯째, 중국의 정보전과 영향력 공작에 대해 한미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내부에서 중국계 가짜뉴스 사이트, 여론 조작, 언론사 도용 사이트가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면, 이것은 한국 국내 문제가 아니라 동맹 방어의 문제다.
결론
2025년 8월, 두 명의 화이트해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DEF CON 33에서 배포된 해커 매거진 Phrack 72호를 통해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의 이름은 Saber와 cyb0rg였다. 이들은 북한 해킹 조직 킴수키(Kimsuky)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의 워크스테이션을 해킹해 약 8.9GB 분량의 데이터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와 후속 분석에 따르면, 이 데이터에는 한국 국방 관련 이메일 계정, 정부 도메인, 외교부 이메일 플랫폼 소스코드, 검찰, 통일부 관련 표적 자료, 경찰청 관련 자료, 대학 교수 명단, 한국 정부 인증서와 비밀번호 관련자료 까지 포함돼 있었다. 특히 한국 정부 내부 업무 시스템과 통신망, 주요 기관 관련 자료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해킹 사건이 아니라 한국 국가 시스템이 장기간 뚫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자료가 북한 해커의 활동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중국 기반 활동 정황과 중국어 사용 흔적까지 드러냈다는 점이다. 후속 분석은 해당 작전이 중국에서 수행됐을 가능성과, 북한 해킹 조직과 중국 해커들이 도구와 기술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의 정부 기관, 경찰청, 법원·검찰 관련 시스템, 외교, 통일 부처, 통신망, 대학 연구자 이메일까지 외부 세력의 표적이 됐다는 것은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관련 시스템과 자료까지 외부 세력이 접근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 한국의 대북 대응 능력과 한미 정보 협력, 그리고 한미연합사의 작전 보안까지 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이 한국 정부망뿐 아니라 한미연합훈련 관련 정보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이는 한국 내부의 사이버 보안 실패를 넘어 한미동맹의 군사 기밀이 노출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북한과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쿠팡과 스타벅스 같은 미국 기업에는 공개 청문회와 대통령의 노골적인 비난까지 동원해 거칠게 압박하면서도 정작 한국 정부망과 경찰청, 국방 관련 계정, 한미연합훈련 관련 자료까지 겨냥한 북한과 중국의 사이버 침투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개 대응도 하지 않았다. 미국 기업에는 칼날을 들이대면서, 정작 한국 안보를 흔드는 북한과 중국의 도발에 대해서는 침묵한 것이다.
워싱턴은 바로 이 지점을 봐야 한다.
미국 기업에는 강하게 나서면서, 북한과 중국의 도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정부가 지금 서울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워싱턴이 서울 내부에서 들려오는 이러한 신호를 정확히 읽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의 다음 위기는 DMZ에서 먼저 오지 않을 수 있다. 그 위기는 지금 청와대 안에서, 그리고 한국 사회를 흔드는 여론 선동 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