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서울의 정보 통제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글: 이현승, 더 코리아 시그널 정책 및 대외협력 이사

2025년 6월 9일, 한국 통일부는 시민단체들에 강력한 요청을 내놓았다. 북한으로 대북전단을 보내는 일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이틀 뒤인 6월 11일 오후 2시, 대통령은 군이 북한을 향해 가동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로써 15년 전인 2010년 천안함 침몰 이후 재개됐던 방송이 끝났다.

7월 초에는 국가정보원이 반세기 넘게 북한을 향해 송출해 온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을 중단했다. 라디오 방송들은 순차적으로 전파를 멈췄고, 7월 14일 자정 텔레비전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송출이 완전히 종료됐다. 역대 정부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설치와 철거를 반복했던 군의 대북 확성기와 달리, 국가정보원의 대북 방송은 서울에서 누가 집권하든 상관없이 50년 동안 계속돼 왔다. 8월 31일 오후 10시에는 ‘자유의 소리’도 방송을 중단했다.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던 대북 라디오 가운데 남은 것은 KBS 한민족방송뿐이었다.

같은 기간, 정부는 정반대 방향의 문을 열었다. 2025년 12월 30일, 통일부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특수자료에서 일반자료로 재분류해 1970년부터 유지돼 온 접근 제한을 해제했다. 그때까지 노동신문은 폐쇄 서고에 보관됐으며, 언론 보도나 연구 목적으로만 서약서 또는 정식 신청서를 제출한 뒤 열람할 수 있었다.

이제는 누구나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국립대학 도서관을 비롯한 약 180개 기관에 들어가 아무 절차 없이 노동신문을 읽고, 복사하고, 복사본을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 조치는 대통령이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노동신문을 읽는다고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발언한 지 11일 만에 나왔다. 대통령은 같은 업무보고에서 조선중앙텔레비전도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노동신문은 언론이 아니다. 노동신문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이며, 최고지도자와 당을 찬양하기 위해 존재한다. 과거 언론으로서 어떤 기능을 수행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기능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지면은 ‘경애하는’, ‘위대한’과 같은 존칭으로 가득하고, 독립적인 취재도, 사실 검증도, 편집권의 자율성도 없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북한을 세계 179위로 평가하면서 설명한 내용도 정확히 이것이다.

북한의 모든 매체는 노동당의 검열과 통제 아래 운영되고, 보도는 오직 당과 지도부를 찬양하는 방향으로만 이뤄지며, 독립 언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일부 차관은 이번 결정을 국가기관이 북한 정보를 독점하고 걸러서 제공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국민이 직접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에게 개방된 것은 독립적으로 취재하고 사실을 검증한 북한 정보가 아니라, 김정은과 노동당을 찬양하기 위해 제작된 선전물이다.

그리고 아직 진행 중인 후속 조치가 있다. 통일부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포함한 약 60개의 북한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해제를 추진하고, 접속 차단의 법적 근거가 되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기 위해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이미 한국인이 온라인에서 하는 말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과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같은 정보통신망법의 다른 조항을 개정해, 그동안 한국에서 접속이 차단돼 온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의 온라인 발언에는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면서, 김정은 정권이 직접 제작한 선전물에 대해서는 접속 제한을 풀고 개방하려는 것이다. 한편 시민단체들이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려 하자, 국가는 경찰력으로 대응했다. 임진각을 비롯한 접경지역은 재난안전법에 따라 위험구역으로 지정됐고, 북한으로 전단을 보내는 데 사용되는 풍선과 헬륨통을 금지하는 제한 통지문이 게시됐다. 경찰은 항공안전법과 기타 법률을 적용해 전단 살포 시도를 수사하겠다고 발표하고, 현장에 수백 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개정된 경찰관직무집행법이 시행돼, 경찰이 접경지역에서 전단 관련 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명시적인 법적 권한을 갖게 됐다. 북한에 납치된 한국인 가족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대표는 전단 살포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 행위라며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주장은 물리적으로 차단됐다.

허위조작정보법

2026년 7월 7일, 국가는 시선을 자국민에게 돌렸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허위조작정보법’이 시행된 것이다. 이 법은 한국인이 온라인에 게시하는 글과 영상, 발언을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할 경우 손해배상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대북 방송 중단은 한반도 긴장 완화, 노동신문 개방은 국민의 알 권리, 대북전단 차단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허위정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3개월 동안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던 방송은 차례로 중단됐고,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됐으며 이를 차단할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반면 55년 동안 열람이 제한됐던 노동신문은 개방됐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포함한 북한 웹사이트들의 접속 차단 해제도 추진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선전물은 한국 국민에게 개방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보내던 외부 정보는 막고 자국민의 온라인 발언에는 더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지운 것이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법률 제21305호로, 2025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강제로 종료된 뒤 여당 단독으로 통과됐으며, 2026년 1월 6일 공포돼 7월 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한국 법률에 없던 두 가지 새로운 범주를 만들었다.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과 다른 내용은 ‘허위정보’로 분류하고, 사실로 오인하도록 편집하거나 변경한 내용은 ‘조작정보’로 규정한다. 두 유형을 합쳐 ‘허위·조작정보’라고 한다.

게시자가 해당 내용이 허위·조작정보라는 사실을 알고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게시하거나 유포해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법원은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이 조항은 구독자가 10만 명을 초과하거나 월평균 조회 수가 10만 회를 넘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확정 판결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하면 최대 10억 원의 행정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는 네이버, 유튜브, 인스타그램, 구글 등의 플랫폼은 신고 창구를 운영해야 하며, 콘텐츠 삭제와 차단, 노출 제한, 계정 정지 조치를 할 수 있다. 자율규제 정책을 마련하고 투명성 보고서도 발행해야 한다.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의2는 인종, 국적,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지위, 소득 또는 재산을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거나 혐오를 중대하게 조장하는 내용을 불법정보로 규정한다.

야당 원내대표는 이 법을 ‘온라인 재갈법’이자 현대판 신언패라고 비판했다. 조선시대 폭군이 신하들의 발언을 막기 위해 차게 했던 패에 빗댄 것이다. 온라인에서 나온 비판은 훨씬 더 거칠었다.

모호함 자체가 통제의 수단이다

이 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처벌이 무겁다는 점뿐만 아니라,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어디까지를 허위정보와 조작정보로 판단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법은 게시자가 해당 내용이 허위·조작정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보도와 칼럼에서는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사실에 대한 해석을 고의적인 조작과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일부 사실을 보도하고 다른 핵심 사안을 다루지 않은 기사를 조작정보로 볼 것인지, 정부 통계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비판한 칼럼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은 결국 개별 소송과 법원의 판결을 통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기까지 언론사와 유튜버, 개인 필자는 소송 비용과 계정 정지 가능성을 감당해야 한다. 대형 언론사와 기업은 법적 대응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지역신문과 1인 미디어에는 소송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안전한 쪽으로 물러선다. 법률가들이 위축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며, 그 핵심적인 특징은 통계에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삭제된 게시물은 셀 수 있지만, 쓰이지 않은 기사는 셀 수 없다. 소송에서 패한 유튜버는 확인할 수 있지만, 소송이 두려워 조용히 포기한 주제는 확인할 수 없다. 표현의 범위가 좁아졌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는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이 법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구글과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에 맡긴다. 법적 책임과 규제 위험을 피해야 하는 기업은 논란이 있는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기보다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마다 판단이 다를 경우 같은 내용이 한곳에서는 허용되고 다른 곳에서는 삭제될 수도 있다.

여당은 이 법이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을 참고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이미 불법으로 규정된 콘텐츠에 대응하도록 플랫폼에 절차적 의무를 부과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한국의 법은 허위·조작정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행정 제재를 부과하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직접 심사와 집행 권한을 강화한다. 두 법은 규제 대상과 집행 방식이 다르다.

이 법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대기업과 고위 공직자는 소송 비용과 긴 법적 절차를 감당할 수 있지만, 지역신문과 1인 미디어, 신생 탐사보도 매체는 그렇지 못하다. 특정 매체나 개인을 상대로 신고와 소송이 반복되면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새 법은 신고자가 문제가 된 콘텐츠의 위치와 해당 내용을 허위 또는 조작으로 판단하는 구체적인 이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특정 매체나 개인을 겨냥한 조직적인 신고 운동을 억제할 적절한 장치는 없다. 신고에 대응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자체가 처벌이 된다.

법 시행 당일 한성숙 국무총리는 명백한 허위정보와 불법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제도는 집행자가 선의를 가질 것이라는 가정 위에서 설계돼서는 안 된다. 오늘의 정부가 이 권한을 절제해서 사용하더라도, 이 법에 부여된 권한은 그대로 다음 정부로 넘어가고, 또 그다음 정부로 넘어간다. 오늘 이 법을 옹호하는 사람도 정권이 바뀌면 같은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은 어떻게 주민을 침묵시키는가

북한은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식되는 문제를 논의할 때 하나의 경고로 등장한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02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북한을 180개국 가운데 179위로 평가했고, 100점 만점에 12.67점을 부여했다. 북한보다 낮은 국가는 에리트레아뿐이다.

북한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정보 통제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여주는 실험실이다.

북한의 모든 스마트폰에는 ‘TraceViewer’라는 애플리케이션이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휴대전화의 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 이 앱은 무작위로 화면을 캡처하고, 사용자가 삭제할 수 없는 디렉터리에 이미지를 저장한다. 최근 버전에서 일어난 변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초기 버전에서는 사용자가 캡처된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평양 2425와 같은 최신 기종에 설치된 버전에서는 볼 수 없다. 시간 표시가 붙은 아이콘만 남아 있고, 아이콘을 눌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설계가 가진 의미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당국이 수천 장의 스크린샷을 검토할 인력과 컴퓨터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실제로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단속은 드물게 이뤄져도 된다. 무엇이 기록되고 있는지, 언제 그 기록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지 모른다는 상태만으로도 행동은 달라진다. 통제는 항상 집행될 때보다 언제 집행될지 예측할 수 없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북한 주민들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조항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데일리NK의 현장 취재에 따르면 주민들은 법 조항이나 인권 기준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국가의 사상교육을 통해 주입된 처벌에 대한 공포를 내면화한다. 많은 경우 체포와 처벌은 영장도, 가족 통보도, 변호인 접견도 없이 진행된다. 단속요원들 사이에 만연한 뇌물과 자의적인 재량권은 절차의 공정성을 무너뜨린다. 모호함은 그 체제의 결함이 아니다. 체제를 작동시키는 기능 가운데 하나다.

물론 북한의 처벌은 전혀 다른 수준이다.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미국, 일본의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제27조에 따르면 이를 유포한 사람은 무기징역이나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2015년 형법 개정은 외부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유포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노동교화형을 최대 4년에서 최대 10년으로 늘렸으며, 병합형이 적용되면 형량은 15년에서 20년에 이를 수 있다. 2021년 11월 함경북도 청진에서는 중등학교 학생들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다 적발됐다.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과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처벌 대상 행위를 머리 모양, 복장, 말투까지 확대했다. 38노스가 발표한 연구는 안면인식 기술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진과 지문을 포함한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을 이 모든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나란히 놓고 볼 가치가 있다. 북한이 그토록 정교한 장비와 체계를 동원해 차단하려 한 것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방송 신호와 매체였다. 평양은 정보의 유입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전파 방해에 자원을 쏟았고, 모바일 운영체제 단계에 검열 소프트웨어를 심었으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사형을 명시했다. 서울은 그 통로를 스스로 폐쇄했다. 북한 당국이 반세기 동안 막으려 했던 일을 한국 정부는 단 한 번의 행정 결정으로 끝냈다.

그 교환은 일방적이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한국 방송과 외부 정보를 차단하는 동안, 자국민에게 북한 노동당 기관지와 선전매체의 문을 열어주었다. 반면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 한국 문화를 차단하려는 노력을 오히려 강화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적대국 관계로 재정의했다. 서울의 논평자들도 이러한 불균형을 지적했다. 이제 한쪽은 상대방 국민에게 자신의 선전 기관지를 배포할 수 있지만, 다른 쪽의 국민은 한국 드라마 한 편을 시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교화형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는 별개의 논쟁이다. 분명한 것은 이 일련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자유라는 원칙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금지됐던 순간이 아니다. 무엇이 위험한지 아무도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 국가에서, 스스로 침묵하게 돼 가던 과정이다. 통제는 명령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산을 통해 완성된다. 이 말을 해도 되는가? 이 정도까지는 괜찮은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가? 그 계산이 습관이 되는 순간, 더 이상 강제는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새 법이 북한식 통제와 닮은 형태로 퇴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법이 시민과 언론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계산이기 때문이다. 손해액의 5배, 과징금 10억 원이라는 숫자는 실제로 부과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 특정 기사를 쓸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것이 왜 미국의 문제인가

워싱턴이 이 문제를 한국의 국내 정치 문제로 분류한다면 심각한 오판이 될 것이다.

첫째, 이 문제는 이미 양국 간 현안이다. 7월 8일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개정법이 과도한 콘텐츠 규제로 이어지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밝혔다. 또한 한국이 미국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되며, 법 집행을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검열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공외교 담당 차관 사라 로저스도 4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새 법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국제언론연구소는 1월 이 법의 핵심 개념이 모호해 권력자들이 언론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쉬워진다고 비판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마찰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법은 또 다른 충돌 지점이 될 수 있다.

둘째, 대북정책의 신뢰성 문제다. 워싱턴은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을 인권정책의 핵심 축으로 다뤄 왔으며, 1940년대부터 현재의 미국글로벌미디어국을 통해 북한으로 방송을 송출해 왔다. 그 정책의 전제는 외부 정보의 유입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비폭력적이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를 공유해야 할 동맹국은 반세기 동안 운영해 온 자체 방송을 불과 몇 주 만에 중단했다. 그것도 조용히 중단했다. 이는 정책 조정이라기보다 전제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미국이 대북 정보 프로그램의 예산과 정당성을 방어할 때, 서울이 유사한 활동을 중단하고 자국민이 이를 시도하는 것까지 경찰력으로 막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실제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국내 입법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인권외교 전반으로 확산된다. 서울이 국가의 권한으로 자국 공론장의 경계를 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수록, 평양은 이를 선전 자산으로 이용할 것이다. 한국의 ‘재갈법’을 인용해 북한의 통제를 상대화하는 논평이 등장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인권외교의 가치는 일관성에서 나오며, 일관성은 원칙에서 만들어진다. 이미 선례가 있다. 2020년 대북전단금지법이 제정됐을 때 수전 숄티를 비롯한 미국 인사들은 이를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탄압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했다. 통일부가 탈북민이 이끄는 두 단체의 법인 지위를 취소했을 때 미국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미국인들이 알고 있던 민주주의 국가인지 묻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제기된 질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같은 질문이 다시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셋째, 선례의 문제다. 아시아의 여러 정부가 허위정보 대응을 명분으로 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그중 많은 국가는 한국만큼 강력한 사법심사 제도와 활발한 언론을 갖고 있지 않다. 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하나가 만든 법은 그 자체로 수출 가능한 모델이 된다. 서울이 어떤 이유를 제시하든, 제도적 견제 장치가 훨씬 약한 나라들이 그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게 될 것이다. 넷째, 미국 기업의 문제다.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 명이라는 기준은 사실상 구글, 메타,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겨냥한다. 한국 법률에 따라 이제 이 기업들은 표현의 적법성을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위치에 놓였다. 이것은 무역 문제인 동시에 원칙의 문제다.

아직 되돌릴 수 있을 때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의 조치에서 우려해야 할 것은 최종 도착점이 아니라 조치들이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북 방송 중단은 안보정책으로 처리됐고, 노동신문 개방은 국민의 알 권리 문제로 처리됐으며, 대북전단 제한은 접경지역 안전 문제로, 정보통신망법은 소비자 보호 입법으로 처리됐다. 각각의 설명만 따로 보면 모두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네 가지를 하나의 축 위에 놓으면 공통점이 드러난다. 무엇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무엇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국민이 무엇을 보낼 수 있는지, 국민이 서로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네 가지 결정에서 판단 권한은 모두 정부로 이동했다.

한국이 도달할 수 있는 최악의 상태가 북한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평범한 모습일 수 있다. 기자가 기사를 송고하기 전에 정치적 날씨부터 살피는 나라, 신고를 받은 플랫폼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대신 삭제를 선택하는 나라, 국민이 글을 게시하기 전에 과징금과 계정 상실 가능성부터 생각하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는 아무도 체포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검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떤 민주주의도 하룻밤 사이에 문을 닫지 않는다.

시간도 많지 않다. 법의 실제 범위는 조문이 아니라 초기 판례를 통해 정해진다. 시행 첫 1~2년 동안 축적되는 집행 선례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적용될 경계선을 그리게 되며, 그 기간은 이미 시작됐다. 수정해야 할 방향도 분명하다. ‘허위’와 ‘조작’의 범위를 검증 가능한 사실 주장으로 한정하고, 의견과 풍자를 명시적으로 제외해야 한다. 최종 판단은 플랫폼이 아니라 법원이 내리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정한 날짜에 국회가 이 실험의 결과를 다시 평가하도록 하는 일몰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자신이 만든 법의 결과를 인정하고 그 법을 되돌릴 수 있을 때 민주주의다. 표현의 자유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단 한 번의 결단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는 선택의 연속이다. 서울에는 아직 선택할 기회가 남아 있다. 워싱턴이 해야 할 일은 그 선택이 이뤄지는 동안 침묵하지 않는 것이다.


이현승은 북한이탈주민이자 인권운동가이며, 글로벌피스재단의 수석전략가로 북한정책, 인권, 한반도 통일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북한청년지도자총회의 창립자이며, 북한 문제 자문역으로 미국 정부와 정책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왔다. 북한 정권의 극심한 숙청이 이어지던 2014년 탈북하기 전, 이현승은 북한의 해운업과 광업 분야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북한과 중국 사이의 무역을 지원했으며, 조선인민군 특수부대에서 하사로 복무했다. 그는 UPI통신, 미국의소리,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한 여러 국제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중국 동북재경대학교에서 국제무역경제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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