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김금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현재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내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을 내일 당장 넘겨받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는 듯 여지를 남기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이 발언을 전해 들은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장관이라면 “내일 당장 넘겨받아도 아무 문제없다고 해야 맞는다”며, 국방부 장관의 모호한 태도를 나무라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워싱턴도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같은 달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이 더 빨리, 더 많은 작전통제권을 가지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고,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계속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서울과 워싱턴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다.
헤그세스의 지지는 지역 안보에서 동맹이 더 많은 짐을 떠맡기를 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와 맞닿아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 개입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는 미국이, 칠십 년간 한국의 방위를 함께 책임져 온 자리에서 한국이 더 많은 책임을 맡고 앞장서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헤그세스가 한국의 조기 전환 방향을 환영했다고 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특정 정치 일정까지 지지한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군이 수십 년간 수행해 온 작전계획과 책임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전작권 전환은 어디까지나 조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모두 전환의 방향에는 찬성하니 분위기도 좋고 그 당위성 역시 괜찮은 듯 보이나, 여기에는 우리가 반드시 따져봐야 할 부분들이 존재한다.
나 역시 필요한 시점에는 우리 손으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전시 작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에 대한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자주 국방을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도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이 과업은 노무현 정부가 2006년 한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 이십 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세계 5위권으로 평가받는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가 전쟁의 지휘를 스스로 맡으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요구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의 당위가 아니라, 이처럼 중대한 결정을 대통령 임기라는 시간표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청와대의 조급함이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시간표를 정해놓고 준비와 과정을 무시하며 결론만 내면 된다는 그들의 사고 방식이 결국 안보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은 우리는 전시작전권을 넘겨 받기 위한 실질적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한미가 2014년에 합의한 전환 조건은 세 가지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그리고 안정적인 안보 환경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곧 한국군이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지는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를 대상으로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이라는 3단계 평가로 검증한다.
IOC는 2019년에 통과했지만, 2022년에 실시된FOC 평가는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고 마지막 FMC 검증은 시작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가을에 남은 검증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르면 2027년 안에 전환을 끝내려 한다. 이 속도가 얼마나 앞선 것인지는 현장에서 이를 검증하는 미국측 실무진의 우려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은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정치적 목적이 조건을 앞질러선 안 된다고 했고, 하와이 군사 심포지엄에서는 준비 안 된 임무를 일정에 쫓겨 수행하는 상황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무부의 디솜브리 동아태 차관보와 윌레졸 부차관보도 전시작전권 전환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이 먼저이며 신중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상원 군사위는 아예 국방수권법에 2030년까지 90일마다 전환 이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북한의 반응은 어떠한가.
북한은 올해 3월 헌법을 고쳐 통일이라는 말을 지우고, 한국을 주적으로 명시했으며 핵을 늘리고 사용하겠다는 권한까지 조문에 명시했다. 핵공격 잠수함과 5000톤급 구축함을 찍어내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공격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밀접한 군사협력 속에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재래식 전력의 빠른 현대화를 이뤄내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요새화 하고 새로운 구경의 장사정포와 지대지 미사일들을 배치하며 한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적의 위협이 배가되는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충분한 준비도 없이 유사시 미군의 신속한 개입과 증원을 뒷받침해 온 한미연합지휘체계를 서둘러 바꾸기 위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정치적 동기가 무엇이든 이는 한미동맹을 시험대에 올리고 한국의 안보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의 임무가 북한 억제에서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지역 임무로 확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전작권까지 성급하게 전환된다면, 미국이 주한미군 일부를 한반도 밖의 작전에 더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주한미군 일부 전력의 감축이나 역외 이동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군이 미군의 충분한 지원 없이 상당 부분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전시작전권은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핵을 가진 호전적 독재자 김정은으로 하여금 유사시 미국은 반드시 참전한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억제의 실체다.
전시작전권의 전환은 이러한 억제의 기능을 충분히 유지하는 조건 하에서 신중하게 단계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전작권을 넘겨 받을 주체인 국군의 완벽한 임무 수행 준비가 완수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국군의 작전 수행 능력이 많이 향상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국군의 독자 능력만으로는 북한 전역을 실시간으로 감시·정찰하기 어렵다. 정찰위성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지만 이동식 미사일과 핵심 표적을 끊김 없이 추적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신호정보 수집과 조기경보, 수집된 정보의 실시간 분석과 공유에서도 미군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통해 현대전 경험을 쌓고 드론과 전자전, 장거리 화력, 소부대 전술을 실제 전장에서 익히고 있지만, 한국군은 현대전 경험이 전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작전 환경에 대한 실전 감각도 미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에 앞서 독자적인 감시·정찰과 조기경보 능력을 확충하고, 전군 지휘통제체계와 합동화력 운용 능력을 검증하며, 드론전과 전자전, 사이버전, 장기전에 대비한 탄약과 군수지원 능력까지 실제 전쟁을 가정한 연합훈련을 통해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명분만 앞세우는 준비가 덜 된 전작권 전환은 우리가 거기에 자주국방이라는 이름을 붙이더라도, 그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 안보에는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의 실수는 적에게 기회로 읽히고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안보 위기는 국가와 국민의 커다란 손실로 이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환의 속도가 아니라,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의 억제력과 연합방위 능력이 지금보다 약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는 일이다. 한국군이 실제 전쟁에서 연합군을 지휘하고 장기간 작전을 지속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대통령 임기라는 정치적 시간표가 군사적 판단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지휘권을 넘겨받는 것은 그 다음이다.
나토 가입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자존심이 없어 미군 장성이 지휘하는 연합지휘체계에 병력을 맡기는 것이 아니다. 이들 역시 자체 병력과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없이 러시아를 상대로 장기간의 고강도 전쟁을 독자적으로 지휘하고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군사력이 실제 전쟁에서 나토의 방어를 끝까지 뒷받침한다는 확실한 보장이다. 한국의 전작권 전환도 같은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안에 도장을 찍고 정치적 성과를 남기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전환 이후에도 북한이 감히 전쟁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철통 같은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수 있는 정치적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금혁은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이자 미국 워싱턴 대학 헨리 M. 잭슨 국제학대학원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다. 북한 평양에서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에 재학하던 중 중국 유학 시절 북한 유학생들과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비밀 토론을 조직하다 북한 당국의 추적을 피해 2012년 대한민국으로 탈출했다. 이후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방송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며, 자유아시아방송(RFA) 북한 전문 해설위원, 북한인권 활동가로도 일하고 있다. 그의 연구와 저술은 북한 정치, 안보, 인권, 한반도 전략, 통일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국가보훈부 정책보좌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연설한 바 있으며, One Young World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연설을 했다. 2025년에는 자전적 회고록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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