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애덤 새빗(Adam Savit), 미국우선정책연구소 중국정책이니셔티브 국장·전 미국 농무부 장관 국가안보 선임보좌관
2013년 중국 대기업 WH그룹은 미국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스미스필드 푸드를 인수했다. 2017년에는 중국 국유기업 켐차이나가 세계적인 종자·농화학 기업 가운데 하나인 신젠타를 흡수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농작물 생산에 필요한 핵심 투입재 분야에서 막강한 지위를 확보했다. 2019년에는 한국 기업 CJ제일제당이 18억4천만 달러를 들여 미국의 대표적인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했으며, 현재 미국 내 계열사를 통해 수천 명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 세 건의 인수 가운데 두 건은 국가안보 문제다. 나머지 한 건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의 경제 관계를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평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동시에 한국 경제가 중국과 깊이 얽혀 있다는 피할 수 없는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고립을 뜻하지 않는다
미국 우선주의는 모든 외국 자본을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다. 미국 우선주의가 묻는 질문은 명확하다. 이 자산을 최종적으로 지배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그 지배자는 어떤 법체계 아래에서 움직이는가.
WH그룹과 켐차이나는 국가정보법을 통해 기업과 개인에게 국가안보기관에 대한 협조를 강제하고, 군민융합 정책으로 민간기업과 군사기업의 경계를 없애며, 식량안보와 농업기술을 전략적 경쟁 분야로 공개적으로 지정한 중국 공산당 체제의 통제를 받는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민주주의 동맹국의 주주들에게 책임을 진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2025년 이후 구축해온 정책 체계가 외국의 참여 자체가 아니라 적대국의 지배를 겨냥하는 이유다. 나는 농무부 장관 국가안보 선임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이 정책을 실행하는 데 참여했다.
2025년 7월 여러 부처 장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국가 농장 안보 행동계획은 스미스필드와 신젠타를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2025년 12월 연례 국방수권법의 일부로 제정된 바이오시큐어법은 적대국의 생명공학 기업을 연방정부 공급망에서 배제하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농업 외국인투자 공개법 개정과 각 주에서 잇따라 제정되는 농지 관련 법률도 외국 적대국에 종속된 기업과 기관을 겨냥한다. 나는 오하이오, 텍사스, 캔자스, 사우스다코타에서 이와 같은 법안의 필요성을 증언했다. 법률상 외국 적대국에는 중국과 북한이 포함되지만 대한민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책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 기업을 막기 위한 장벽이 아니다. 제대로 이해한다면 오히려 한국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식량, 농업, 인프라 분야에서 적대국 자본을 제한할수록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자본이 들어갈 공간은 더 넓어진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면서 무엇을 함께 들여오느냐는 것이다.
중국 의존 문제
여기에 복잡한 문제가 있다. 한국의 산업경제는 중국 공급망에 깊이 편입돼 있으며, 이러한 중국 의존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도 함께 따라온다.
관련 수치는 심각하다. 한국의 핵심 광물 순수입 의존도는 99.7%를 넘는다. 양극재 전구체의 96% 이상, 합성 흑연의 93.7%를 중국에서 공급받는다.
한국인들은 이것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다. 2021년 중국 세관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식품을 운송하는 화물차를 포함한 한국의 디젤 운송망 전체가 거의 마비될 뻔했다. 중국이 평범해 보이는 원자재의 공급 병목까지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미국 농업에도 이와 같은 숨은 의존 문제가 존재한다. 비료 원료, 농작물 보호용 화학제품, 동물용 의약품, 식품 가공 장비는 모두 중국에 집중적으로 노출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은 공급이 실제로 중단되기 전까지 이러한 위험을 알지 못한다.
워싱턴은 공급망의 안전성을 법률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2025년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으로 강화된 해외우려기관 규정에 따라 미국 에너지 세액공제를 받는 사업은 해외우려기관이 아닌 공급처에서 조달한 부품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배터리 부품의 경우 그 비율은 2026년 60%에서 2030년 85%로 올라간다. 또한 단일 중국 기업이 합작회사 지분 25%를 보유하거나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소유권 심사 기준이 적용된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의 양극재 및 전구체 생산업체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던 여러 한국 배터리·소재 기업들은 기존 합작구조를 개편하고, 중국 측 지분을 줄이며, 원료 공급처를 다른 국가로 바꿔야 했다.
이 합작사업들은 계약 체결 당시에는 합법적이었고, 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실제로 상당한 비용을 부담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장기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미시간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하려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계획이 하나의 모범이다. 적대국의 지배력을 사전에 끊어낸 상태로 미국에 들어오는 동맹국 자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기준은 이제 배터리 이외의 분야로 확대돼야 한다.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의 식품 제조, 농산물 가공, 핵심 인프라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양국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집행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한국 기업이라는 외형을 통해 중국 자본과 중국산 부품, 중국의 데이터 접근권이 미국 내륙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동맹국 자본에는 미국 시장의 문을 열어줘야 하지만, 동맹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충돌 지점과 한국 정부의 대응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처한 상황이 간단하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2026년 들어 경제적 강압 수단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올해 5월 베이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열고 광물 공급에 관한 보장을 내놓은 지 며칠 뒤, 중국은 광물자원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이 시행령은 중국의 광물 공급망을 제한하는 국가에 대해 중국 정부가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한국 산업계는 이 조치가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한국은 2026년 2월 워싱턴이 출범시킨 동맹국 광물 협의체인 자원지정학협력포럼의 의장국을 맡았으며, 올여름 미국에 의장직을 넘길 때까지 포럼을 이끌었다. 동시에 중국산 광물 수입이 계속되도록 베이징과 핫라인도 유지했다.
일부 비판자는 이를 미·중 사이에서 양쪽에 모두 대비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략 광물 100일분 비축을 신중하게 추진하는 중견국으로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이것은 동맹이 한국을 비난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을 더 빠르게 추진해야 할 이유다.
고무적인 점은 한국이 공급처 다변화를 결정한 분야에서는 실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현재 캐나다는 한국 게르마늄 수입량의 70% 이상을 공급하며 중국을 대체했다.
또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이후 한국의 안티모니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만에 69%에서 27%로 급락했다. 다만 인듐과 흑연은 여전히 상황이 다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2025년 미국산 원유는 한국 전체 원유 수입의 16.3%를 차지했다. 10년 전에는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한 약속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다만 한국 정유사들은 국내 정유시설이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맞춰 설계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적대국이 장악한 공급 병목에서 벗어나는 일은 한국 정부가 말로만 내세우는 목표가 아니다. 한국은 실제로 공급처를 바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줬다. 이제 이러한 능력을 비료, 요소, 식품용 화학제품 등 농업과 연계된 원료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이 분야의 취약성은 한국과 미국이 함께 안고 있다.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적용할 새로운 기준
2025년 7월 마련되고 경주에서 최종 확정된 무역 합의는 2026년 3월 한국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이 합의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전략산업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한다. 2천억 달러는 현금 분할 방식으로, 1,500억 달러는 조선업 분야에 투입되며, 새로 설립되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이를 관리한다.
이는 한국 역사상 미국에 대한 최대 규모의 동맹국 산업 투자다. 투자 대상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중점적으로 육성해온 분야와 정확히 일치한다. 조선, 에너지, 반도체,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에게 식량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산업 기반이다.
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협상이 아무리 어려웠더라도, 이제 투자 약속은 특정 관세 조치가 아니라 한국 법률에 근거하게 됐다. 다음에 제시하는 기준을 적용해야 이 약속이 어떤 관세정책보다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한국 자본이 미국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강화하려면 네 가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할 능력이 충분하다.
첫째, 최종 수익 소유자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미국의 농업, 식품 가공, 인프라 분야에 진출하는 모든 한국 투자회사는 중국 자본이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이나 계약을 통해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세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해외우려기관 기준에 맞는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 민감한 분야에 한국 기업이 건설하는 미국 내 시설은 현행법에 의무 규정이 없더라도 핵심 투입재를 적대국이 아닌 국가에서 조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관련 법률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기준은 제품 원산지에도 적용된다. 중국산 부품이나 원료를 한국 시설을 거쳐 미국에 보내면서 동맹국 제품으로 인정받으려는 방식은 현재 미국 당국이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문제다. 한국 기업이 이 기준을 시험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셋째, 데이터와 기술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농업용 드론에서 항만 크레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인프라에는 중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 소프트웨어,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의존, 중국산 장비가 포함돼서는 안 된다.
넷째, 한국도 국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한국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고 산업기술보호법으로 기술 유출을 막고 있다. 그러나 두 법률 모두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나 미국 수출통제 제도만큼 광범위하지 않다.
한국은 심사 대상, 법 집행 수준, 국가안보상 민감 분야의 범위를 미국 기준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동맹국 보호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통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동맹이 제공하는 기회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한미 경제관계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중국이 차지한 자리를 한국이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경제에서 사들인 거의 모든 분야의 지위, 즉 돼지고기 생산, 농작물 과학, 식품 가공, 배터리, 항만 장비 분야의 지위를 동맹국 기업이 대신 차지할 수 있다.
한국은 그 역할을 대규모로 수행할 자본과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제는 이를 실행할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워싱턴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 사이의 모든 교역을 완전히 끊으라는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다. 미국에 들어오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 정부의 소유권, 중국산 핵심 투입재, 중국의 접근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미스필드와 신젠타는 미국의 식량 체계에 적대국 자본이 들어오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보여줬다. 슈완스는 동맹국 자본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10년 동안 양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슈완스와 같은 사례를 일반적인 형태로 만들고, 스미스필드와 신젠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준을 법과 제도에 반영하며, 중국이 돈으로 들어올 수도 없고 외부에서 무너뜨릴 수도 없는 동맹국 중심의 경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애덤 새빗은 미국우선정책연구소의 중국정책이니셔티브 국장이며, 미국 농무부 장관 국가안보 선임보좌관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