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 내 영향력 보고서 | 3부
미사일 공격 없이 무너지는 한국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대학·정부기관 해킹과 김수키·프랙 자료가 드러낸 국가 시스템의 취약성

글: 진 커밍스, 더 코리아 시그널 공동편집장

한국의 디지털 안보 위기는 정부 전산망에서 대학 연구 시스템과 금융권,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국가 기능과 기술, 국민 자산을 떠받치는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기관과 대학, 기업,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서로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한 곳의 보안 실패가 다른 국가 시스템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국가의 중대한 자료를 보관하는 핵심 시설이다. 이런 곳에서 원본 자료와 백업 자료를 같은 전산실에 보관했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한국 정부가 국가 전산망을 얼마나 안일하게 관리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여러 대학은 시스템 구축 당시부터 존재했던 보안 취약점을 장기간 방치했고, 정부 관련 연구기관은 퇴직자가 사용하던 하드디스크가 어디로 반출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행정안전부의 원격근무시스템과 공무원 인증서가 공격받은 뒤에는 금융회사가 고객을 사칭한 이메일만 받고 보유 주식을 매도하고 해외 송금까지 처리한 사건도 발생했다.

한국 내부의 시스템은 공격자가 국가기관의 중앙 서버를 정면으로 뚫지 않더라도 외주업체의 관리자 계정만 탈취하면, 해당 업체가 관리하는 기관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하다. 공무원 인증서와 금융회사의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까지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보안 실패는 다른 국가기관과 국민의 자산은 물론 한미 간 안보 정보 탈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반복되는 보안 사고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의 정부기관과 연구기관, 군 관련 시스템에는 미국과 공유하는 정보와 주한미군 관련 자료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의 보안 실패는 미국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험이 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정부 전산망 마비

2025년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정부24와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우편·세관·민원 서비스, 공무원 업무 시스템을 비롯한 수백 개의 행정정보시스템이 중단됐다. 행정안전부가 최종 집계한 화재 영향 시스템은 모두 709개였다.

화재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스템 가운데 하나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의 업무자료 저장소인 G드라이브였다. 74개 기관 소속 공무원 19만1천여 명이 가입해 사용하던 G드라이브에는 약 858TB의 자료가 저장돼 있었지만, 별도의 백업이 없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정부 설명이 나왔다. 중국과 북한의 침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국가 정보를 관리하는 시설, 그중에서도 공무원들의 업무자료가 집중적으로 저장된 시스템이 화재로 소실됐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했다.

행정안전부는 결재와 보고가 완료된 문서 일부는 온나라 시스템에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작성 과정에서 저장한 자료와 공유 문서, 업무 인수인계 자료 가운데 어느 정도가 사라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2025년 12월 30일 화재의 영향을 받은 709개 시스템의 복구가 모두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2026년에는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한 14개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고, 24시간 관제와 표준화된 백업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G드라이브는 네이버웍스 드라이브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시스템이 다시 가동됐다고 해서 화재 이전에 소실된 자료까지 복구됐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는 영구적으로 사라진 자료의 범위를 공개하고, 그 안에 한미연합 업무를 포함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서가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복구된 시스템이 화재 직전 어느 시점까지의 자료를 보존하고 있는지도 설명할 책임이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까지 이 부분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경찰은 화재와 관련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과 담당자, 시공업체 관계자와 작업자 등 19명을 입건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배터리랙 전원 차단과 절연 작업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경찰은 주 전원은 차단했지만 부속 전원은 차단하지 않았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된 CCTV 영상에서 작업자들은 화재 발생 직후 당황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고, 불을 끄려는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장비를 챙겨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런 모습은 고의성에 대한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공개된 경찰 수사는 작업 부주의와 안전수칙 위반, 감독 책임에 초점을 맞춘 채 마무리되고 있다.

국가 핵심 전산시설의 배터리 이전 작업이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경험이 부족한 인력에게 맡겨졌고, 이들이 기본적인 전원 차단과 절연 조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경찰 발표만으로도 정부의 관리 책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화재 발생 일주일 뒤인 2025년 10월 3일에는 전산망 장애 대응 업무를 맡았던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그가 화재 수사 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고, 이후 과도한 업무 지시와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왜 하필 사건 직후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여전히 큰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가 사건의 원인이나 경위를 알고 있던 핵심 인물이 아니었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해당 공무원의 상급자를 대기발령하고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2026년 8월 현재까지 어떤 사실을 확인했고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망한 공무원이 담당했던 업무와 당시 보고 체계, 사고 전후의 지시 내용을 조사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미 전쟁부도 이번 화재로 영향을 받은 한국 정부 시스템 가운데 한미 정보 공유나 주한미군 지원 업무에 사용된 시스템이 있었는지 자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공유된 안보 자료가 어떤 시스템에 저장돼 있었으며, 해당 자료가 소실되거나 복구 과정에서 외부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이번 장애가 주한미군의 물자 반입이나 행정·군수 업무에 실제 영향을 줬는지도 확인할 사안이다. 복구 과정에 중국산 장비나 외주업체 인력이 관여했다면 그들이 어디까지 접근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한미 정보 공유 범위와 주한미군 관련 시스템의 접근 권한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해킹의 주요 표적이 되는 이유

대학 서버에는 학생 개인정보는 물론, 교수들의 연구자료와 국책과제, 정부 연구비 집행 내역, 기업과 진행하는 공동연구 자료도 함께 보관된다. 한국이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첨단기술과 국방 관련 연구자료 역시 대학 전산망과 교수 이메일, 연구실 컴퓨터를 통해 오간다.

북한과 중국이 대학 시스템에 침투하면 특정 교수가 어떤 기술을 연구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해당 연구에 참여한 기업과 연구 인력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서버가 해킹당하는 것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이메일과 인사자료까지 확보하면 연구자가 어느 기업이나 연구기관으로 이동하는지 추적되면서 관련 기술이 어디로 이전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2024년 7월 전북대학교 통합정보시스템 오아시스는 SQL 인젝션과 파라미터 변조 공격을 받아 약 32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 가운데 약 28만 건에는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이화여자대학교 통합행정시스템이 파라미터 변조 공격을 받아 약 8만3천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에서는 두 대학의 시스템에 구축 당시부터 취약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이를 장기간 고치지 않았고, 야간과 주말에 외부 공격을 감시하는 체계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6월 두 대학에 모두 9억6,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24시간 탐지·차단 체계를 구축하라고 명령했다.

연구자료는 외부 해커만 가져가지 않았다. 연구실에 출입하는 학생과 연구자가 외장하드나 클라우드를 이용해 직접 자료를 반출한 사건도 발생했다.

2025년 대전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하던 중국인 유학생은 연구실이 개발한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외장하드에 저장한 뒤 중국으로 출국했다. 지도교수는 미지급 연구비를 지급하겠다며 해당 학생을 다시 한국으로 입국시킨 뒤 고소했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던 베트남인 대학원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해외 연구기관으로 옮긴 뒤, 클라우드를 통해 연구자료를 반출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두 사건에서 사용된 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한 명은 외장하드에 소스코드를 담아 출국했고, 다른 한 명은 학교를 떠난 뒤에도 클라우드를 통해 연구자료를 가져갔다. 대학이 누가 어떤 파일을 복사해 외부로 보냈는지 즉시 확인하지 못한다면, 연구자료가 해외로 넘어간 뒤에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 대학 연구실도 더 이상 첨단기술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없다.

2026년 7월 28일 감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 6곳을 감사한 결과는 대학보다 더 심각했다.

하드디스크 관리와 서버 보안에서 모두 27건의 문제가 발견됐으며, 최근 1년 동안 5개 연구기관에서 PC 하드디스크 690대가 분리된 사실도 드러났다. 퇴직자가 사용하던 하드디스크 39대 가운데 12대는 기관 밖에 있거나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퇴직자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4개 보안과제 자료를 포함한 파일 6만956개가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승인 없이 반출했다. 국가 연구기관이 보안과제 자료가 들어 있는 저장장치를 내보내고도 어디에 있는지 즉시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서버 관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사 대상 기관 5곳이 운영한 서버는 모두 1만7,073대였지만 백신이 설치된 서버는 374대에 불과했다. 일부 기관은 서버 운영체제를 제때 업데이트하지 않았고, 직원들이 내부 자료를 외부로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임의로 설치해 사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하드디스크 12대를 추가 조사하고 반출입 절차와 서버 보안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만으로도 한국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저장장치를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해 왔는지는 분명하다. 외장형 저장장치만 통제한 채 컴퓨터 내부의 하드디스크는 자산목록에서 제외했고, 퇴직자가 가져간 하드디스크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연구자료가 유출됐고, 어느 기관이나 국가로 넘어갔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중국인 유학생이 소스코드를 외장하드에 저장해 중국으로 가져간 사건은 이러한 허점이 실제 기술 반출에 이용됐다는 사례다. 한국 대학과 연구기관이 미국 대학이나 방산업체와 함께 개발한 자료를 같은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다면, 미국 기술도 한국 기관의 허술한 관리 아래 놓여 있었던 셈이다.

미 전쟁부는 감사 대상 연구기관에 보관된 미국 관련 연구자료가 소재 불명의 하드디스크나 개인 서버에 저장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중국 국적 연구자나 중국 기관이 해당 자료에 접근한 기록이 있다면, 한국 정부의 자체 조사만으로는 미국 기술의 유출 범위를 판단할 수 없다.

김수키와 프랙 자료, 정부가 뒤늦게 확인한 온나라·GPKI 침투

북한 정찰총국 산하 조직으로 알려진 김수키는 한국 정부기관을 비롯해 언론인과 교수, 외교·안보 전문가를 반복적으로 공격해 온 해킹조직이다. 앞선 호에서 소개한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의 분석은 미국 해킹 전문지 《프랙》이 공개한 공격 자료에서 중국계 해커들의 활동과 유사한 흔적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공격 주체가 북한인지 중국인지만 따지는 동안 한국 정부의 내부 업무망은 이미 뚫렸다. 공개된 자료에는 한국 정부 시스템에 실제로 접속한 기록이 들어 있었고, 행정안전부도 2025년 10월 정부원격근무시스템 G-VPN을 통해 공무원 업무시스템인 온나라에 침투한 정황을 뒤늦게 인정했다.

해킹 피해가 의심된 GPKI 행정전자서명은 650명분이었으며, 이 가운데 12명은 인증서 키와 비밀번호가 함께 유출됐다. 유효기간이 남아 있던 인증서 3개는 폐기됐다. 정부는 이후 G-VPN 접속 때 GPKI 인증과 전화인증을 함께 사용하도록 바꾸고 온나라 로그인 정보의 재사용을 막았으며, 장기적으로는 GPKI 중심 인증을 모바일 공무원증과 생체기반 복합인증으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증서를 폐기하고 접속 절차를 바꿔도 공격자가 이미 열람하거나 내려받은 정부 문서는 되찾을 수 없다. 공격에 사용된 계정이 어느 부처 소속이었는지, 온나라에서 어떤 문서가 열렸는지, 외부로 반출된 자료가 있었는지, 공격자가 언제부터 얼마 동안 정부 업무망을 드나들었는지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를 포함한 주요 정부 부처와 한미연합훈련 관련 문서가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어떤 피해 내용을 전달했는지, 미국 관련 문서가 실제로 열람되거나 외부로 빠져나갔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사용자가 외부 컴퓨터에서 인증서를 관리하다가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공격자는 인증서와 비밀번호만 탈취한 뒤 정상 공무원으로 위장해 G-VPN을 통과했다. 6만3천여 명이 사용하는 정부 원격근무시스템은 평소와 다른 국가와 지역에서 들어온 접속을 차단하지 못했고, 사용자의 접속 시간과 업무 패턴이 달라졌는데도 공격자를 걸러내지 못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인증서 관리 실수로 축소할 문제가 아니다. 공격자는 한국 정부가 발급한 인증수단을 이용해 정상 공무원처럼 내부 업무망에 들어갔고, 정부는 공격 사실조차 뒤늦게 확인했다.

미 전쟁부가 한국 내부의 중국 영향력과 정보 접근 경로를 조사하려면 이 사건에서 사용된 계정이 어느 부처와 연결돼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중국계 해커와 유사한 흔적이 발견된 공격 자료에 미국 관련 문서가 포함됐는지, 탈취된 인증서로 한미연합 업무나 주한미군 지원 자료에 접근한 기록이 있는지도 한국 정부의 발표에만 맡겨둘 수 없다.

중소기업과 협력업체가 전체 시스템의 뒷문이 되는 구조

한국 정부기관과 대기업은 자체 보안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전산망과 보안장비의 운영은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에 넘겨져 있다. 정부의 주요 전산·보안 설비는 외부 업체가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며, 대학과 병원, 금융회사도 전산시스템의 개발과 관리를 외주업체에 의존한다.

외주 개발자와 유지보수 직원은 업무를 위해 관리자 계정과 VPN 접속권한을 받고 서버 설정과 원격제어 권한까지 갖는다. 공격자는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의 중앙 서버를 정면으로 뚫을 필요가 없다. 보안이 약한 외주업체 직원의 계정 하나만 탈취하면 그 직원이 관리하는 기관의 내부 시스템으로 들어갈 수 있다.

유지보수 업체의 VPN이 뚫리면 고객 기관의 서버도 함께 노출되고, 여러 기관을 관리하는 전산업체의 클라우드가 감염되면 같은 업체를 사용하는 고객사 전체가 공격받는다. 중소기업과 협력업체가 정부기관과 대기업 시스템의 뒷문이 되는 이유다.

2025년 9월 Qilin 랜섬웨어 조직은 한국 자산운용사 28곳을 피해자로 공개하고 이 공격을 ‘Korean Leak’이라고 불렀다. 안랩 분석에 따르면 피해회사 일부는 파일서버를 같은 전산관리업체의 클라우드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전산업체의 서버가 감염되면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던 자산운용사들이 한꺼번에 공격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격자는 자산운용사 28곳을 하나씩 뚫지 않았다. 여러 회사의 서버를 관리하는 전산업체 한 곳만 장악하면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고객사 전체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국의 외주 전산망은 한 업체를 통해 여러 기관의 자료를 동시에 빼낼 수 있는 공격 통로로 이미 이용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도 2026년 대구센터의 공공 정보시스템 14개를 하나의 통합 MSP가 관리하는 체계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여러 기관의 관리자 권한을 한 업체에 몰아주면 해당 업체의 계정 하나가 탈취됐을 때 여러 공공시스템이 동시에 뚫릴 수 있다. 내부자가 관리자 권한을 악용해도 피해는 한 기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 전쟁부가 주한미군과 직접 계약한 한국 대기업만 확인해서는 실제 위험을 찾을 수 없다. 계약은 대기업이 따내더라도 현장에서 시스템을 운영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업무는 다시 하도급업체로 넘어간다. 미국 정부와 계약 관계가 없는 업체 직원이 주한미군 시설의 내부 시스템과 보안장비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구조다.

이들 하도급업체가 중국산 원격접속 장비나 중국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했는지, 관리자 계정을 여러 현장에서 돌려썼는지, 계약이 끝난 직원의 계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 업체 한 곳이 여러 미군 지원시설과 정부기관을 동시에 관리했다면, 그 업체의 계정 하나만 뚫려도 미국 관련 자료와 한국 정부 시스템이 같은 경로로 노출된다.

미국 정부와 직접 계약한 대기업만 조사하면 실제로 서버에 접속하고 장비를 작동한 업체와 작업자를 놓친다. 미 전쟁부가 한국 내부의 중국 영향력을 확인하려면 계약서에 적힌 대기업이 아니라, 가장 아래 단계에서 관리자 계정을 쥐고 시스템에 들어간 하도급업체와 작업자부터 추적해야 한다.

금융과 증권 분야로 이어지는 사이버 불신

한국 금융권에서도 외부 공격과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가 고객 정보 유출을 넘어 실제 주식 매도와 해외 송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한국투자증권은 중국 소재 IP를 사용한 해커에게 관리자 계정을 침해당했고,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금융당국 제재안에 기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금융회사 내부의 관리자 계정이 중국에서 접속한 공격자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은 한국 금융망이 외부 세력의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된 지 오래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에는 Qilin 랜섬웨어 조직이 여러 한국 자산운용사를 피해자로 공개하고 각 회사에서 확보했다는 자료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일부 피해회사가 동일한 전산관리업체의 클라우드에서 파일서버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격자가 자산운용사마다 따로 침투한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를 관리하는 업체 한 곳을 통해 동시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회사가 아무리 자체 보안을 강화하더라도 관리자 권한을 가진 외부 업체가 뚫리면 여러 회사의 고객자료와 거래정보가 한꺼번에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2026년에는 외국인 투자자를 사칭한 이메일 지시가 실제 주식 매도와 해외 송금으로 이어진 LS증권 사건이 드러났다. 피해자 측 주장에 따르면 제3자는 2025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고객의 이메일 주소와 비슷한 주소를 사용해 주식 매도와 자금 송금을 지시했고, LS증권은 이를 실제 고객의 요청으로 받아들여 19차례에 걸쳐 약 333만 달러를 미국과 베트남 계좌로 보냈다.

투자자는 LS증권이 이메일 주소의 차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별도의 본인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며 70억1,867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LS증권은 금융보안원 점검에서 회사 시스템이나 이메일이 해킹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당시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수사와 민사재판의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이 사건에 중국이나 북한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자가 고객과 비슷한 이메일 주소만 만들어 주식 매도와 거액의 해외 송금을 지시했고, 증권회사가 이를 19차례나 처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심각하다. 금융회사 내부망을 해킹하지 않아도 담당 직원을 속이는 것만으로 고객 자산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평소 사용하지 않던 해외 계좌로 거액을 보내라는 지시가 반복됐지만, LS증권은 기존에 등록된 전화번호로 고객에게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주장됐다. 이메일 발신자가 실제 고객인지 전화나 영상통화로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면, 회사의 본인 확인 절차는 사실상 이메일 문장 하나에 의존한 셈이다.

지난 호에서는 유심을 비롯한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될 경우 공격자가 이를 금융사기에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런 정보가 금융회사의 허술한 본인 확인 절차와 결합되면, 공격자는 서버를 직접 해킹하지 않고도 계좌 주인으로 위장해 주식 매도와 해외 송금을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탈취한 증권계좌로 특정 중국 주식을 집중 매수해 가격을 끌어올린 사례도 보도됐다. 여러 계좌가 동시에 탈취되면 공격자는 개인 자산을 빼내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움직여 차익을 챙기거나 시장 자체를 교란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 자본과 기업에 금융·통신·산업망을 폭넓게 개방해 놓은 반면 계정 관리와 통신 인증 체계는 허술하다. 이재명 정부가 중국과 관련된 보안 문제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민에게 주식 투자를 부추기고 시장 과열까지 방치하는 상황에서는 탈취 계좌를 이용한 주가 조작과 자산 약탈의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회사는 미국 은행의 달러 결제망과 해외 송금망을 이용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계좌와 거래내역도 관리한다. 한국 금융기관이나 전산관리업체의 관리자 계정이 중국이나 북한 해커에게 넘어가면 한국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미국 금융회사와 한국 기업 사이의 거래와 자금 흐름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도 직접적인 안보 위험이다.

주한미군 관계자와 미국 정부 직원, 미국 방산업체 임직원도 한국의 통신회사와 금융기관을 이용한다. 이들의 금융정보와 개인정보가 결합되면 공격자는 특정 미국인의 생활과 재정 상황을 파악해 본인이나 가족을 사칭하거나 직접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서 생활하는 미국인의 정보까지 유출된다면 피해는 개인 금융사기를 넘어 미국의 안보 문제로 확대된다.

미 전쟁부가 한국 내부의 중국 영향력과 정보 접근 경로를 조사한다면 금융망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한국 금융회사와 전산관리업체 서버에 미국 관련 정보가 저장돼 있었는지, 중국계 접속 흔적이나 외부 반출 기록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한국의 금융망이 미국인을 추적하거나 표적으로 삼는 통로로 이용됐는지 판단할 수 있다.

결론: 한국이 공격받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복구할 능력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대학·연구기관의 기술 유출, 정부 업무망 침투, 금융권 보안 사고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모두 같은 문제를 드러냈다. 한국의 핵심 시스템은 공격에 취약하고,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피해 범위를 신속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미 전쟁부가 확인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한국이 중국과 북한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 관련 자료가 유출됐을 때 한국 정부가 이를 즉시 확인하고 미국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발표만 믿을 것이 아니라 실제 시스템이 얼마나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한국이 국가 전산망과 연구기관, 금융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중국과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도 한국의 국가 기능을 흔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한미 관련 정보와 주한미군 지원체계까지 함께 노출될 수 있다. 미국이 봐야 할 것은 한국 정부가 동맹을 얼마나 강조하느냐가 아니라, 동맹의 정보와 작전환경을 실제로 지킬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방부는 2026년 7월 CCTV와 순찰 등 대체수단을 갖춘 부대에서 야간 불침번을 운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부대관리훈령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그러나 군 내부 경계를 CCTV에 맡길 경우 해당 장비가 외부에 뚫리는 순간 중국이나 북한이 군부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백도어가 열릴 위험이 있다. 국가 전산망과 연구기관의 보안이 반복해서 뚫리고 있는 상황에서 군 내부까지 전자감시 장비에 의존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의 의견수렴 기간은 8월 10일까지다. 이후 국방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내용을 확정하는지 확인한 뒤, 불침번 축소와 CCTV 의존 확대가 군 내부 경계에 어떤 위험을 만들 수 있는지 별도의 특별분석에서 다루겠다. 

출처

1.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및 정부 전산망 마비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709개 시스템 전체 복구 완료」(2025년 12월 30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행정안전부 복구 현황 자료, 경찰 수사 발표 및 관련 공개 자료.

2. 대학 및 정부출연 연구기관 해킹과 보안 실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안전조치 소홀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2개 대학에 과징금 9억 6,600만 원 부과」(2025년 6월 12일).
감사원, 「공공전산망 보안관리 실태(과학기술연구분야)」 감사 결과(2026년 7월 28일).

3. 김수키 및 정부기관 해킹 관련 분석
Phrack Magazine, Issue #72, “APT Down – The North Korea Files”(2025년 8월 19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APT-Down Revisited: 국가지원해킹그룹 해킹자료 분석 및 시사점」(2025년 8월 22일).
행정안전부, 정부업무관리시스템 온나라·G-VPN·GPKI 침해 관련 브리핑(2025년 10월 17일).

4. 중소기업·협력업체 및 금융권 사이버 보안
안랩 ASEC, 「2025년 9월 국내외 금융권 관련 보안 이슈」 및 Qilin 랜섬웨어 ‘Korean Leak’ 분석 자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사이버 침해사고 관련 통계 및 공개 자료(2025~2026년).
LS증권 사건 관련 수사·소송 공개 자료 및 관련 보도.

5.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개정안
국방부 공고 제2026-333호, 「부대관리훈령 일부개정안 행정예고」(2026년 7월 21일, 의견수렴 기간 2026년 8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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