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이 70년을 기다려 온 그 말을, 서울과 워싱턴이 하고 있다”

전 조선노동당 39호실 고위 경제관리 리정호, 워싱턴에서 말하다

일자: 2026년 5월 30일장소: 워싱턴 D.C.방식: 서면 Q&A진행·정리: 편집위원회
Date: May 30, 2026Venue: Washington, D.C.Format: Q&AConducted: Editorial Board

인터뷰 인물 프로필
리정호  Ri Jong-ho
전 조선노동당 39호실 고위 경제관리

리정호 (Ri Jong-ho)는 1993년부터 2014년 탈북 직전까지 조선노동당 39호실에서 요직을 역임한 전직 북한 고위 경제관리다. 39호실은 북한 정권의 통치자금과 대외 외화 획득을 하는 핵심 기관으로, 그는 선박회사 사장에서 출발해 무역관리국 국장(차관급), 국방위원회 산하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차관급)을 거쳐 대흥무역총회사 중국 다롄 지사장을 지냈다. 2002년에는 북한 공민의 최고 영예인 ‘노력영웅’ 칭호를 수상했다. 2014년 10월 탈북한 그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자서전을 집필 중이다. 【편집자 주】 리정호 선생의 진술은 본인의 직접 경험과 회고에 근거합니다. 일부 내용 — 특히 북한 지도부의 내부 발언 및 비공개 회의에 관한 진술은 제3자에 의한 독립적 검증이 어렵습니다. 본지는 그의 전직 직위와 경력의 신뢰성을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하였으나, 개별 진술의 사실 여부는 독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편집장의 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패러다임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의 전격 방북설이 부상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핵 문제를 두고 미국이 과연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를 놓고 날 선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 일부 저명한 싱크탱크와 언론은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위에서 군축을 논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의 시계도 급박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2026년 5월 발간된 첫 통일백서는 남북관계를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해 평양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에 사실상 호응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2019년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800만 달러가 북한으로 불법 송금됐다는 의혹이 겹치며, 한미동맹의 대북제재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본지는 20여 년간 북한 정권의 핵심 외화 조달 기구인 노동당 39호실에서 요직을 지내다 2014년 10월 탈북한 리정호 선생을 워싱턴에서 만났습니다. 북한 내부 논리를 이 수준의 직접 경험으로 증언할 수 있는 인물은 세계적으로 극히 드뭅니다. 그의 서면 증언은 역사적 기록인 동시에 긴박한 정책 경고입니다.


Q1
올해 초 한 유력 미국 신문 사설은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동결과 제한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고[1], 미국 유력 외교 전문지에서도 비핵화를 접고 억지·봉쇄에 기반한 ‘차가운 평화(cold peace)’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2]. 북한 체제를 안에서 직접 경험하신 선생님께서는 이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시며, 비핵화를 끝까지 완성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1]Washington Post, Editorial Board, “North Korea Is a Nuclear Power. Trump’s omission is an admission.,” January 12, 2026.
[2]Foreign Affairs, May/June 2026. The author argued for deterrence-based ‘cold peace’ as a replacement for denuclearization as the primary policy goal.

리정호:

비핵화 외교 30년이 실패했다는 진단은 옳습니다. 그러나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협상이 서툴러서가 아니라, 북한이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1993년부터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흥총국 선박회사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사실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1990년대 초·중반 김정일은 대외 업무 담당자들에게 이런 지침을 내렸습니다.

적들이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안개 낀 듯 뿌옇게 외교하라. 주는 것은 다 받아먹되, 속은 보이지 말고 실리만 챙겨라.”

제가 평양에 있을 당시 중앙당 강연회(북한 지도부가 간부들에게 내리는 지침) 에서 직접 전달받은 내용입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가 타결되자 김정일은 ‘세 가지를 얻었다’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첫째, 핵을 개발할 시간을 벌었다. 둘째, 앉은 자리에서 46억 달러짜리 경수로 2기를 얻었다. 셋째, 경수로 완공 때까지 매년 중유 50만 톤을 받게 됐다. 거기에 제재 해제와 식량 지원까지. 미국에게는 ‘비핵화의 시작’이었던 합의가, 평양에는 ‘핵 개발 시간 벌기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챙긴 승리’였습니다.

그 속임수의 실체는 2002년 10월에 드러났습니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증거를 들이밀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에겐 그럴 권리와 절박한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도발적으로 맞받았습니다. 플루토늄 시설을 동결한 척하면서 뒤로는 우라늄으로 핵을 키워 온 것입니다. 합의는 깨졌고, 북한은 NPT를 탈퇴했습니다. 지금 군축을 말하는 사람들은 그 실패의 교훈을 잊고 같은 함정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군축 협정이 비핵화보다 나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비핵화를 1퍼센트도 이행하지 않은 나라가 군축을 이행할 리 없습니다. 설령 서명한다 해도 갱도가 무수하고 이동이 통제되는 나라에서 숨긴 것을 검증할 방법은 없습니다. 군축 협정은 ‘차가운 평화’가 아니라 북핵을 국제적으로 공인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북한은 러시아와 손잡고 더 정교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그 기술이 이란을 비롯한 중동으로 팔려 나가면 한반도를 넘어선 재앙이 됩니다.

그런데 미국이 정작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북한 핵 억지의 진짜 약점은 그것이 김정은 한 사람에게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이란의 핵은 혁명수비대와 이념 체계에 제도화돼 최고지도자가 사라져도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은 한 사람의 의지에 묶여 있습니다. 살아 있는 최고지도자의 명령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체계입니다. “최고 지휘부가 공격받으면 자동으로 핵 타격이 단행된다”는 법조항조차 실제 능력이라기보다 ‘지도부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 시스템이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보았습니다.

만약 김정은이 사라지면, 평양의 차기 지도자가 그를 위해 핵 단추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핵을 카드로 자신과 엘리트의 생존을 거래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베네수엘라가 그 경로를 보여 주었습니다. 2026년 1월 마두로가 체포되자 권한대행 델시 로드리게스는 처음에는 ‘납치’라며 반발했지만, 곧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으로 돌아섰습니다. 워싱턴을 향해 항전을 외치던 엘리트들도, 생존이 걸리자 즉각 태도를 바꾼 것입니다. 미국이 결합해야 할 전략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핵에 집착하는 적대적 지도부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신뢰성 있는 의지를 테헤란에서 보여 주었듯 분명히 할 것. 둘째, 김정은 이후의 차기 지도부에 신변 안전과 경제적 출구를 열어 줄 것. 셋째, 그 위에서 검증 가능한 핵 무장해제를 요구할 것. 지금 시간은 평양의 편입니다. 군축 타령은 그 귀중한 시간을 통째로 평양에 헌납하는 길입니다.


Q2
2026년 5월 미·중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3][4]. 성사된다면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입니다. 북한에 계시며 중국을 왕래하셨던 선생님께 묻겠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평양으로 향하려는 중국의 진짜 속내는 무엇이며, 이것이 급속히 강화된 북·러 밀착을 재정렬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3]The White House,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Secures Historic Deals with China, Delivering for American Workers, Farmers, and Industry, May 17, 2026.
[4]Foreign Policy, “China Needs North Korea on Its Side,” May 27, 2026.

리정호:

시진핑 주석이 방북한다면, 저의 경험으로 볼 때 두 개의 표적을 동시에 겨눈 이중 포석입니다.

첫 번째 표적은 워싱턴입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미·중 정상회담 팩트 시트에는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유된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에 공감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핵에 집착하는 평양을 두고 상당한 논의가 오갔을 것입니다. 회담 직후 시진핑이 평양으로 향하는 것은 ‘평양은 우리가 단속해 보겠다’는 카드로 대만문제와 관세 협상에서 실질적 양보를 얻어내려는 계산입니다.

이 카드의 뿌리는 한국전쟁입니다. 제가 중국에 머물 당시, 중국인들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의 산과 들에는 수십만 중국군의 피와 뼈가 묻혀 있다. 1950년 그 전쟁에서 중국군이 없었다면 북한 체제는 진작 끝장났을 것이니, 그 빚을 잊지 말라.”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전쟁이 중국의 또 다른 숙원을 가로막았습니다. 1950년 참전에 수십만 병력을 쏟아붓느라, 중국은 눈앞에 두고 있던 대만 ‘해방’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북한은 중국이 가진 최대의 전략적 지렛대인 동시에, 중국의 가장 오랜 전략적 부담입니다.

두 번째 표적은 모스크바와 평양의 밀착을 끊어 놓는 것입니다. 현재 북·중 관계는 냉랭하고 무역과 교류도 이전에 비해 대폭 줄었습니다. 반면 김정은은 러시아에 1만 2천 명 이상의 병력과 무기·포탄까지 보내고 2024년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직접 서명했으며[5]

Putin을 ‘가장 친근한 동지’라 부르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이 노골적인 친러 행보가 한·미·일의 군비경쟁을 자극하고 반중 결속을 부른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시진핑은 경제적 생명줄과 ‘과거를 잊지 말라’는 경고를 동시에 카드로 내밀며 ‘선을 넘지 말라’고 압박하고 동북아의 패권이 여전히 베이징에 있음을 상기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이 압박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직접 확인했습니다. 2014년 7월 시진핑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하자, 김정은은 그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극언과 욕설을 쏟아내며 중국과의 무역·외교를 포함한 모든 관계를 끊고 축을 러시아로 옮기라고 직접 명령했습니다. 오늘의 북·러 밀착과 대중 불신은 그 연장선입니다. 2017년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앞장선 것도 그 불신의 연장선이며 — 오랜 혈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결론은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북·중·러는 하나의 혈맹이 아닙니다. 반미공동전선을 걷어내면 서로 맞는 코드가 없습니다. 중국은 김정은을 실제로는 통제하지 못하면서, 워싱턴에는 마치 평양을 단속할 수 있는 것처럼 영향력을 과시합니다. 바로 그 ‘과시한 영향력’과 ‘실제 통제력’ 사이의 간극 — 그것이 미국이 파고들 지렛대입니다. 미국은 이 구조적 균열을 전략 자산으로 삼아, 중국이 2017년처럼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다시 이행하도록 압박하고, 이란식 최대 압박과 검증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결합해야 합니다. 북·중 사이의 균열을 읽어내는 것, 거기에 미국의 길이 있습니다.


[5]조선중앙통신(KCNA), 2024년 6월 20일.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서명 관련 보도.
Korean Central News Agency (KCNA), June 20, 2024. Report on the signing of the DPRK-Russia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Treaty.


Q3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방력은 세계 5위, 국방비는 북한 GDP를 크게 앞선다. 스스로를 지킬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고 밝히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6]. 국방부 장관이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아무 문제가 없다’로 직접 바로잡고 군 수뇌부를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수십 년간 북한 지도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선생님께 묻겠습니다. 북한은 이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6]대한민국 대통령실 보도자료, 2026년 5월 26일 제23회 국무회의 겸 제10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Office of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Press Release: Results of the 23rd Cabinet Meeting and 10th Emergency Economic Review Session, May 26, 2026.

리정호:

저는 수십 년간 북한 지도부의 대남전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평양이 70년간 기다려 온 신호입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가 한결같이 두려워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 남한에 주둔하는 세계 최강의 미군. 핵 항공모함과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실시간 위성감시, 그리고 유사시 자동으로 전개되는 수십만의 증원전력. 북한 정권은 주한미군 철수를 대내외 정책의 기본으로, 조국통일의 핵심 전략으로 수십 년간 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이 스스로 그 전략에 편승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발언의 배경에 대해 제 시각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경선 후보 시절 한반도 해방후 ‘친일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공언한 인물입니다. 미국을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규정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수십 년간 대남 선전에서 써온 표현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그의 핵심 측근들의 이력도 이 맥락에서 떼어 놓기 어렵습니다. 이런 인식의 토양에서 나온 정책이 어떤 방향을 향할지는, 평양의 전략가들이 가장 먼저 읽어냈을 것입니다.

전작권 문제 자체도 짚어야 합니다.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은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 것입니다. 빼앗긴 적이 없으니 ‘환수’할 것도 없습니다. ‘환수’라는 단어는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강탈했다는 전제를 깔고 있으며, 이는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표현입니다.

‘세계 5위 국방력’이라는 수치도 위험한 논리입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 그 뒤의 핵 강대국들 앞에서 재래식 군사력 순위를 말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의미한 비교입니다. 그리고 그 발언은 방위비 증액과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완벽한 명분을 줍니다. ‘스스로 지킬 수 있다니 다행이다, 그렇다면 돈과 피를 흘릴 이유가 없다, 주한미군을 다른 전선으로 돌리면 된다.’ 실제로 헤그세스 미 전쟁부장관은 이미 전작권 전환을 반기고 있습니다.

정말 한미연합사 체제가 깨지고 미군이 실제로 떠난다면, 결과는 냉혹합니다. 중국은 한국을 경제·정치적 위성국으로 다루려 들고, 북한은 러시아와 손잡고 적화통일의 기회를 노릴 것입니다. 안보의 불안은 곧 경제의 붕괴이며 외국자본 이탈과 원화 폭락은 수출로 살아가는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힙니다. 저는 지금 서울에서 울려 나오는 이 목소리가 평양에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힘의 균형으로 지켜집니다. 한미동맹의 존폐를 쥔 결정권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에 있습니다. 그 워싱턴이 발을 빼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 평양이 70년을 기다려 온 그림입니다.


Q4
2025년 6월 한국대법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했습니다[7]. 이 사건의 핵심은 2019년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방북 비용 800만 달러가 북한에 불법 송금됐다는 것으로, 미 재무부 OFAC과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사안입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을 최종 지시·승인자로 지목해 기소했으나 재판은 현직 대통령 신분을 이유로 정지된 상태입니다. 선생님께 두 가지를 묻겠습니다. 이 800만 달러는 북한 내부 어디로 흘러갔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이 사건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자율성에 구조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7]대한민국 대법원 2025. 6. 선고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징역 7년 8개월 확정.
Supreme Court of Korea, June 2025 — Sentence of seven years and eight months upheld against Lee Hwa-young, former Gyeonggi Province Vice Governor for Peace Affairs.

리정호:

자금 흐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800만 달러는 의심의 여지 없이 김정은의 통치자금 금고로 들어갑니다. 노동당 39호실, 또는 그의 직속 서기실이 관리하는 금고입니다. 북한에서 남한 고위직 방북 승인절차는 이렇습니다. 대남공작을 맡은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남한 경기도지사가 방북을 원하는데 비용을 받고 들이겠습니다’라고 김정은에게 보고합니다. ‘방북 비용’이라는 명목은 거기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제가를 해야 남한 인사들의 방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북한 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승인 없이 남한 고위 정치인 한 명도 그 땅에 들일 수 없습니다.

이 관행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무렵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 약 5억 달러가 북한에 먼저 건너간 뒤에야 정상회담이 성사됐습니다[8]

그때부터 이것은 관례가 됐습니다. 비용을 받지 않고 남한의 거물급 정치인을 평양에 들였다가는, 북한 담당자의 목이 날아갑니다. 그것이 북한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이제 정책 자율성 문제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800만 달러가 북한에 불법 송금된 사실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입증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송금의 최종 지시·승인자로 검찰에 의해 지목되어 기소된 상태이며,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재판이 정지되었고 아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법 판단을 앞지르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정권에 불법 자금을 제공했다는 미확정 의혹을 안고 있는 한국 지도자는, 그 북한정권이 언제든 그 내막을 폭로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내재된 취약성 속에 있습니다. 만약 김정은이나 김여정이 이재명과 북한의 거래의 내막을 공개한다면, 현직 대통령이라 해도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구조적 함정입니다.

이것은 추측이 아닙니다. 근거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록입니다. 2026년 5월, 이재명 정부는 첫 통일백서에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공식 명시했습니다. 정부는 이것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다르다고 설명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는 북한이 던진 프레임을 한국 정부가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며 한국 헌법이 명한 평화통일의 정신과도 어긋납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정황은 북한의 묵시적 압박에 끌려가고 있다는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미국 재무부 OFAC의 제재 가능성도 짚겠습니다. 북한 정권에 달러를 불법 제공한 행위라면 아무리 동맹국가 대통령이라도 원칙적으로 OFAC이 독자 제재를 검토할 요건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설령 제재가 현실이 돼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 재무부의 제재대상이 된다 해도, 그것은 북한에 불법 송금한 행위를 지시·승인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나 한미동맹을 겨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법과 원칙이 동맹국 지도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순간,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을 못할것이고 한미동맹의 토대는 더 단단해 질것입니다. . 이 사안은 한국만의 국내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대북제재 체계의 실효성과 한미동맹의 근간에 직결됩니다. 동맹의 신뢰는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할 때에만 유지됩니다. 현직 대통령이라 해도 법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8]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북 송금 사건: 대한민국 검찰 수사 결과 및 현대 측의 법원 확인 기록 참조. 대법원 2003. 9. 선고.
Inter-Korean Summit 2000 illicit transfer case: Republic of Korea prosecutorial investigation findings and court records related to Hyundai. Supreme Court ruling, September 2003.


편집 고지  EDITORIAL NOTE

본 인터뷰는 2026년 5월 워싱턴 D.C.에서 한국어 서면 Q&A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리정호 선생의 답변은 가독성을 위해 경미하게 편집·정리되었으며, 실질적 내용은 원문 그대로입니다. 계류 중인 법적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혐의’ 또는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이라는 전제 하에 기술되었으며, 본지는 개인의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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