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둥에서 워싱턴까지 이어진 선거 취약점의 경로
글: 로이킴 (Roy Kim) | 『단둥프로젝트: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 보고』 공동 저자
두 나라의 이상한 평행
2026년 7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선거 보안과 부정선거 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주목할 만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첫째, 중국이 미국 유권자 2억 2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탈취했다는 것이다. 둘째, 미시간주를 비롯한 여러 주의 통합선거인명부에 등록되어서는 안 될 유령 유권자 27만 명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 선거 인프라를 위협할 역량을 가진 적대 세력으로 러시아, 중국, 이란과 함께 북한을 명시했다.
이보다 앞선 2023년 10월 10일, 대한민국에서도 유사한 경고가 나왔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공식 발표를 통해 “북한 등 외부 세력이 언제라도 선관위 전산망에 침투해 선거인 명부 및 투·개표 조작이 가능한 상태”라고 확인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나온 이 두 경고는 서로 다른 시점의 발표지만, 모두 외부 세력이 선거 인프라에 침투할 수 있다는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례는 어디에서 연결되는가. 이 기고문은 그 경로를 추적한다.
그 출발점은 2001년 중국 단둥이다.
1. 단둥의 씨앗 — 북한이 우리 시스템을 설계했다
2001년 8월, 하나프로그람센터가 공식 출범했다. 이 센터를 운영한 것은 ‘남북하나비즈’라는 남측 법인이었다. 국내에서 하나비즈닷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이 회사는, 남한에서 소프트웨어 패키지 개발이나 용역을 수주한 뒤 단둥의 북한 인력에게 개발을 맡기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나프로그람센터는 남측 네트워크 장비 개발회사인 다산CNS와 공동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낳은 산물이었다
이 센터는 표면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였다. 그러나 하나프로그람센터 공식 홈페이지에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 목록이 공개되어 있었으며, 그 목록에는 ‘DASAN WEB NMS Application’과 ‘DASAN NETWORK 장비시스템’이 명시되어 있었다. 즉 북한 측 개발 인력이 다산네트웍스 관련 네트워크 관리 및 장비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실이 공개되어 있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치로 남북 경제 협력이 중단되자, 하나프로그람센터는 2011년 공식 폐쇄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인 2012년, 미국과 한국 정보당국이 주목하는 북한 최정예 사이버 부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름: 김수키(Kimsuky).
이것은 추정이 아니다. 2023년 6월, 한국 국정원·경찰청·외교부와 미국 FBI·NSA·국무부가 공동 서명한 보안 권고문은 김수키를 “북한 정찰총국 제3국(기술정찰국) 산하 63연구소 소속”으로 공식 명시했다. 같은 권고문은 정찰총국이 “정권의 생존과 안정을 위협하는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요소를 저지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북한은 단순한 외부 해커가 아니다. 그들은 10년간 우리 시스템의 설계도를 직접 그린 당사자다.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그 시스템의 약점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보안의 기본 원칙이다. 이것이 공급망 보안(Supply Chain Security) 관점에서 독립적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두어야 한다. 2018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가 취약점을 등재했을 때, 다산네트웍스는 스스로 이렇게 밝혔다. “해당 제품은 9년 된 노후 제품이다.” 2018년 기준 9년 전이면 2009년이다. 2009년은 하나프로그람센터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기다. 즉 취약점이 발견된 바로 그 장비가, 북한 인력이 다산의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과 장비 아키텍처 개발에 직접 참여하던 시절에 설계되고 제작된 제품이다. 이것은 “오래전 개발자가 만든 코드에 우연히 취약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취약점이 발견된 장비의 제작 시기와 북한 인력의 개발 참여 시기가 정확히 겹친다.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독립적인 기술 감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할 사안이다.
2. 전산조작의 첫 걸음 — 통합선거인명부가 표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부정선거라고 하면 누군가 몰래 투표함을 열어 표를 바꿔치기하거나 가짜 투표지를 집어넣는 장면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오늘날 선거 조작은 그런 방식보다 훨씬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외부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전산 시스템과 데이터 처리 과정이 더 중요한 공격 지점이 될 수 있다. 모든 전산 조작의 출발점은 통합선거인명부다. 그 이유는 수학적으로 명확하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유권자 200명이 있고 10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하자. 그중 60명이 A후보를, 40명이 B후보를 지지했다. A후보가 20표 차이로 이긴다. B후보 측이 역전하려면 최소 21표가 더 필요하며, 이는 투표율을 약 11퍼센트포인트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방법을 택한다. 가짜 표가 아닌 가짜 유권자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가짜 투표지만 집어넣으면 즉시 발각된다. 투표수와 유권자 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짜 투표수만큼 가짜 유권자가 전산상에 존재해야만 한다. 사망자, 이주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명부에 등록되어 있어야 가짜 표가 통계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통합선거인명부를 조작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떤 투표 방식이 이 조작에 가장 취약한가?
미국의 우편투표(Mailin Voting)와 한국의 사전투표(Early Voting)는 구조적으로 동일한 취약점을 공유한다. 두 방식 모두 투표소에 물리적 명부가 없으며, 실시간으로 중앙 전산 시스템의 통합선거인명부를 대조해야 한다. 이 전산 대조 과정은 공격자가 침투할 경우 중요한 위험 구간이 될 수 있다. 반면 전통적인 현장 투표는 물리적 명부를 사용하고 참관인이 직접 목격하는 구조여서 전산 조작이 훨씬 어렵다.
조작의 메커니즘은 이렇게 작동한다. 먼저 전산 조작을 통해 통합선거인명부에 가짜 유권자를 등록한다. 이후 사전투표 기간 동안 해당 가짜 유권자들이 “투표 완료” 처리된다. 그 수만큼의 가짜 투표지가 나중에 투표함에 삽입된다. 개표 과정에서 이상한 투표지가 발견되더라도, 명부상의 유권자 수와 일치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조작은 개표소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문제는 2017년 베네수엘라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베네수엘라 선거 시스템을 구축한 스마트매틱(Smartmatic)의 CEO 안토니오 무히카는 제헌의회 선거 결과가 실제 투표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최소 100만 표 이상이 부풀려졌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문제가 단순히 개별 투표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투표 결과가 중앙 시스템으로 집계되고 전송되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사례는 선거 조작 여부를 확인할 때 투표기만 조사해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선거인명부와 중앙 서버, 데이터 전송 및 집계 과정 전체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미시간주의 유령 유권자 27만 명 문제와, 한국 국정원이 확인한 선거인명부 시스템의 가상 인물 등록 가능성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나타난 사례지만 공통적으로 선거인명부가 전산으로 관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성을 보여준다.
3. AWEB —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선거 시스템 수출과 불편한 패턴
미국과 한국의 선거 시스템이 유사한 취약점을 공유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 선거 지원 생태계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는 2013년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해 설립한 기구다. AWEB은 유엔 산하 국제기구가 아니라 한국법상 사단법인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선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며 국제기구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자금의 흐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한국 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KOICA는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AWEB의 활동을 지원해 왔다. 결국 미국 납세자의 자금이 USAID와 KOICA를 거쳐 AWEB의 해외 선거 지원 사업과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문제는 그 수출의 결과다. 『단둥프로젝트』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AWEB이 선거 지원을 제공한 29개국 중 19개국(65.5%)에서 국제 감시기구에 의해 부정선거 의혹이 공식 제기되거나 선거 결과가 무효화되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한국의 선거장비 업체 미루시스템즈가 공급한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 의혹의 중심에 섰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선관위원장이 직접 “대규모 선거법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선거가 무효화되었다. 이라크에서는 전자개표 결과와 수개표 결과가 최대 12배까지 차이 났다.
더 주목할 부분은 AWEB이 선거 지원을 제공한 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19개국 가운데 84.2%가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참여국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높은 비율이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AWEB의 선거 지원 사업과 중국의 영향력이 맞물린 결과인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 기고문은 이를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AWEB을 통해 한국이 해외에 제공한 선거 시스템이 여러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그 상당수가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국과 겹친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독립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기한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이 해외에서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용됐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취약점이나 문제점이 이후 한국과 미국의 선거 시스템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더욱이 이 과정에 미국 납세자의 자금이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면, 이는 미국 의회가 독립적으로 조사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4. 같은 장비, 같은 구멍 — 한국과 미국을 관통하는 하나의 취약점
이제 이 문제의 기술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5월 3일, 보안 전문가 그룹 vpnMentor의 연구진은 다산네트웍스(DZS, Dasan Networks)의 GPON(기가비트 수동 광네트워크) 라우터에서 두 가지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는 이를 국가취약점데이터베이스(NVD)에 CVE-2018-10561 및 CVE-2018-10562로 공식 등재하고 위험등급 9.8/10.0을 부여했다. CVSS 기준으로 이는 ‘긴급(Critical)’ 범주에 해당한다.
취약점의 작동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장비의 웹 인터페이스 URL에 ‘?images/’라는 특정 문자열을 입력하면 관리자 비밀번호 없이도 장비에 접근할 수 있고, 여기에 두 번째 취약점을 결합하면 원격에서 임의의 명령을 주입해 장비를 장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취약점을 악용하는 공격 코드까지 공개 저장소에 게시되면서, 전문적인 해킹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이 다산 GPON 장비가 한국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 대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이후의 경과를 시간순으로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됐는지 더 분명해진다.
취약점이 공식 확인된 시점부터 해당 제품군이 단종될 때까지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8년 5월: 미국 표준기술원(NIST) 공식 취약점 등재. 연구진이 다산에 패치 요청
2018년 (취약점 발견 직후): 다산 측 답변 — “9년 된 노후 제품으로 자체 패치 불가”
2020년 4월 15일: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2020년 11월 3일: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
2022년 3월: 미국 국토안보부 사이버보안국(CISA), 즉각적인 사용 중단 및 전원 차단 권고
2022년 3월 31일: 해당 제품군 공식 단종
두 나라의 선거가 모두 이 취약점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4년 동안, 공식 패치 없이, 문은 열려 있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선거망이 폐쇄망이라면 외부 인터넷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선관위의 선거 전용 통신망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폐쇄망이 아니다. LG U+의 전용 회선 인프라를 이용하는 가상 폐쇄망으로, VPN/VLAN 방식의 논리적 분리에 의존한다. 물리적 통신 인프라를 공유하면서 내부망을 논리적으로 분리하는 구조다.
CVE-2018-10561의 위험성도 바로 이 지점과 연결된다. 이 취약점은 통신망 경계(Network Perimeter)에 위치한 GPON 라우터의 웹 관리 인터페이스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외부 인터넷에서 선거망 내부로 직접 침투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신 인프라의 경계에 있는 장비를 장악해 내부 선거망으로 들어가는 유입 경로(Entry Point)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토안보부 사이버보안국(CISA)가 이 장비에 대해 “즉시 전원을 차단하라”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내린 것도 이러한 경계 침투 가능성과 관련돼 있다. 국정원이 2023년 “외부 세력이 언제라도 침투 가능하다”고 공식 확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조달 기록에서도 해당 장비가 선거 전용 통신망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된다. 2019년 나라장터(한국 정부 공개 조달 시스템) 기록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LG U+는 선거 전용 통신망 구축 계약을 체결했고, 이 통신망의 유선 구간에는 다산네트웍스의 GPON·스위치·라우터 장비가 사용됐다. 결국 개표소에서 중앙선관위 서버로 개표 결과가 전송되는 통신 구간에,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확인된 장비가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5. 모두스 오페란디(Modus Operandi) 분석
범죄 수사에서 모두스 오페란디(MO, Modus Operandi), 즉 반복되는 범행 방식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동일한 행위자가 여러 사건에 관여했다면 비슷한 수법과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선거 시스템을 비교해 보면 네 가지 공통점이 확인된다.
첫째, 두 나라 모두 통합선거인명부가 전산으로 관리된다.
전산 명부는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된다. 물리적 명부가 분산 보관되던 시대에는 명부 조작이 지역적으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전산화된 통합 명부는 단 하나의 침투 지점에서 전국 단위 조작이 가능해진다. 한국과 미국 모두 이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둘째, 두 나라 모두 실시간 감시가 어려운 원격 투표 제도가 있다.
미국의 우편투표(Mail-in Voting)와 한국의 사전투표(Early Voting)가 그것이다. 두 방식 모두 투표소 현장에 물리적 명부가 없으며, 실시간으로 중앙 전산 명부를 대조해야 한다. 이 원격 전산 대조 구간이 조작에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현장 투표는 물리적 명부와 참관인이 존재하지만, 원격 투표는 전산 처리의 결과를 사후에만 확인할 수 있다.
셋째 — 이것이 핵심이다. 두 나라의 선거 인프라에 같은 장비가 있었다
CISA가 2022년 3월 31일 “즉시 전원을 차단하라”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긴급 사용금지 명령을 내린 바로 그 장비 — 대한민국 다산네트웍스(DZS)의 GPON 라우터 — 가 미국 선거 인프라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유사한 취약점이 아니다. 같은 회사, 같은 장비, 같은 CVE-2018-10561·10562다. 한국 선거 통신망에 열려 있었던 CVSS 9.8등급의 백도어가, 미국 선거 인프라에도 동일하게 존재했다는 것이다.
넷째, 두 나라의 정보당국이 독립적으로 같은 위협 행위자를 지목했다.
한국 국정원은 2023년 “북한 등에 의한 선관위 전산망 침투 및 투·개표 조작 가능성”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 CISA는 “러시아, 중국, 북한 및 비국가 단체들이 미국 선거 인프라를 침해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 평가했다. 두 기관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함께 보면 배후로 지목된 세력과 사용된 장비, 확인된 취약점, 발생 시기와 시스템 구조에서 여러 공통점이 나타난다. 이는 이 문제가 한국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단순한 정치적 공방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보안 문제라는 점도 시사한다.
다만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실제로 이러한 취약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악용됐는지는 미국의 수사와 법적 판단을 통해 확인돼야 할 문제다. 이 기고문이 그 사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미국과 한국에서 확인된 여러 공통점이 단순한 우연인지, 실제로 서로 연결된 문제인지를 조사하는 것은 정당하며, 그 판단에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6. 결론 및 정책 권고 — 조사하고, 분리하고, 손으로 세어라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들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기술과 조직, 그리고 공통된 취약점이 확인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하나씩 분리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선거 시스템에 사용된 장비와 통신망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며, 전자 집계 결과를 실물 투표지와 직접 대조하는 것이다.
이에 미국 의회와 법무부, FBI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 다음 세 가지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
요구 1 — 한미 사이버안보 협력 체계를 통한 공급망 실태 공동 조사
다산네트웍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DZSI) 공개 기업이며, 그 장비는 미국과 한국의 통신 인프라에 모두 사용된 바 있다. 따라서 이는 어느 한 나라의 국내 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한미 양국이 함께 확인해야 할 공급망 보안 문제다. 한미 사이버안보 공급망 소위원회(SCSG, Supply Chain Security Group)와 미국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다음 네 가지 사항을 공동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하나프로그람센터를 통한 북한 개발 인력의 장비 설계 참여 전모와 코드 승계(Legacy Code Inheritance) 구조에 대한 독립적 기술 감사.
둘째, 미국 내 다산 GPON 장비의 공급 경로와 실제 운용 현황. 어떤 통신사가 어느 지역에서, 어느 시기에 해당 장비를 사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미국 표준기술원(NIST)가 취약점을 등재하고 미국 국토안보부 사이버보안국(CISA)가 사용 중단을 권고한 이후에도 4년간 공식 패치가 제공되지 않은 경위와 기업의 보안 공시 의무 준수 여부.
넷째,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해당 장비가 선거 관련 통신 인프라에 실제로 사용됐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미국 국토안보부 사이버보안국(CISA)는 이미 이 장비의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사용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해당 장비가 어떤 경로로 공급됐고, 취약점이 확인된 이후에도 패치가 제공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는 것은 선거 인프라 보안을 위해 필요한 후속 조치다.
요구 2 — AWEB과 USAID·KOICA 자금 흐름에 대한 미국 의회 감사
미국 납세자의 자금은 USAID와 KOICA를 거쳐 AWEB의 해외 선거 지원 사업과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미국 의회는 이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USAID가 KOICA에 제공한 자금 가운데 AWEB 관련 사업에 사용된 규모와 구체적인 사용처.
둘째, AWEB이 선거 지원을 제공한 국가들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과 중국 일대일로 참여국 사이의 높은 중복 비율이 단순한 우연인지, 별도의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
셋째, 미국 자금이 투입된 선거 지원 사업이 민주주의 강화가 아니라 권위주의 체제의 선거 관리에 이용됐다면 그 과정과 책임 소재,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요구 3 — 대만식 수개표 도입과 선거인명부 독립 감사 제도화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법은 복잡한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대만의 개표 방식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은 투표지를 한 장씩 들어 올려 큰 소리로 읽고, 양측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한다. 전자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이러한 방식에서는 서버 해킹이나 통신망 침투, 백도어 악용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권자와 참관인이 개표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우편투표 및 사전투표 대상 통합선거인명부에 대해 선거 이후 독립적인 사후 감사를 실시하도록 제도화한다.
둘째, 보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통신 장비는 선거 관련 통신 인프라에서 즉시 분리한다.
셋째, 전자 집계 결과와 실제 투표지를 독립적으로 대조·검증하는 절차를 의무화한다.
맺음말
민주주의에서 해킹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선거 시스템의 취약점이 확인되고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선거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첨단 기술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실물 투표지를 보존하고, 사람이 직접 확인하며, 전산 집계 결과와 대조하는 기본적인 절차가 오히려 가장 확실한 검증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해킹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 25년 동안 선거 시스템과 통신망, 장비와 전산 관리 과정에 누적돼 온 취약점이 실제 선거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제거하는 일이다.
주요 출처
1. 국가정보원, (2023.10.10.), 투ㆍ개표 시스템 해킹 취약점 등 선관위 사이버 보안관리 부실 확인, https://www.nis.go.kr/CM/1_4/view.do?seq=251
2. 미국 국방부, (2023.6.1.), North Korea Using Social Engineering to Enable Hacking of Think Tanks, Academia, and Media, https://media.defense.gov/2023/Jun/01/2003234055/-1/-1/0/JOINT_CSA_DPRK_SOCIAL_ENGINEERING.PDF
3. 미국 표준기술원(NIST) 국가취약점데이터베이스(NVD), CVE-2018-10561, https://nvd.nist.gov/vuln/detail/cve-2018-10561, / CVE-2018-10562, https://nvd.nist.gov/vuln/detail/cve-2018-10562
4. 미국 국토안보부 사이버보안국(CISA), “Dasan GPON Routers 긴급 사용 중단 권고”, 2022.3.31., https://www.cisa.gov/known-exploited-vulnerabilities-catalog?field_cve=CVE-2018-10562
5. 한국 나라장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LG U+ 선거 전용 통신망 구축 계약 기록, 2019 /스카이데일리, (2024.12.13.), LGU+ 기지국 통신장비 모두 화웨이… 조작 ‘속수무책’, https://m.skyedaily.com/pdf_view.html?pdf_url=/data/skyn_pdf/2024/20241213/web/20241213-12
6. 하나프로그람센터 공식 홈페이지, 공동 개발 프로젝트 목록 (DASAN WEB NMS Application, DASAN NETWORK 장비시스템)/ 통일뉴스, (2004.03.24), 남북경협,말들 많았지만 남은건 하나비즈뿐,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2717
7. VOA(미국의 소리), (2017.8.3.), “베네수엘라 선거 100만표 조작”, https://www.voakorea.com/a/3969617.html
8. WFD(Westminster Foundation For Democracy, https://www.wfd.org/where-we-work/democratic-republic-congo-drc
9. 대구일보, (2024.12.12.), 윤석열대통령 12월 12일 담화문 전문,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623282
10.이데일리, (2018.07.06.), 북한 SW개발자와 10년간 일했던 ‘하나프로그람센터’를 아시나요,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273446619271896&mediaCodeNo=257
11.전자신문, (2012.09.11), 남북 첫 IT합작사 설립, https://www.etnews.com/201209110678
로이킴(Roy Kim, 본명 김상훈)은 대한민국의 데이터 분석 전문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롱비치(CSU Long Beach)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성균관대학교·서울대학교 공동 나노 물질 국제 연구 프로젝트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20년부터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을 추적해 왔으며, follow_the_party 알고리즘을 발견한 데이터 분석가로 알려져 있다. 공동 저서로 『해커의 지문』, 『해커의 지문 발견기』가 있으며, 2026년 6월 공동 저자 김미영 교수와 함께 『단둥프로젝트: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 보고』를 출간했다. 공동 저자인 김미영 교수가 현재 암 수술 후 투병 중인 관계로, 이번 기고문은 로이킴이 단독으로 기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