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중국 위장언론, 유권자 데이터와 AI 정보전
글: 진 커밍스, 더 코리아 시그널 공동 편집장
2026년 6월 3일 한국에서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한국 사회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서울 송파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후 드러난 사실은 국민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
전국 140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추가로 보내졌고, 그 가운데 91개 투표소가 실제로 추가 용지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족했던 투표용지는 7,000장이 넘었다. 서울에서만 42개 투표소가 영향을 받았고, 송파구에서는 20개 투표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26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됐으며, 송파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는 투표용지가 떨어져 몇 시간을 기다린 유권자들이 결국 투표를 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그러자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들을 속이고 부정선거를 저질러온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6월 5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인 시민들의 규모는 처음 6천 명에서 불과 며칠 뒤 최대 약 4만 명까지 늘어났다. 정치집회에 처음 나온 20·30대 젊은 시민들은 물론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까지 거리로 나왔다.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들의 손에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도 들려 있었다. 선거를 둘러싼 의혹을 한국 내부의 문제로만 남겨두지 않고, 미국도 이 사안을 주목해주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시민들은 선거에서 부정이 일어났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더 이상 선관위의 발표만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과 투명성 회복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투표소에 갔지만 정작 유권자에게 줄 투표용지가 없었던 상황, 개표방송과 출구조사 결과가 이미 공개되고 있는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계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의혹을 더욱 키웠다.
현장에는 ‘부정선거’, ‘재선거’, 그리고 ‘중국 개입’을 주장하는 팻말까지 등장했다. 시민들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었고 왜 거리까지 나오게 됐는지는 그들의 구호 자체가 보여주고 있었다.
시민들은 개표소 안에 보관된 투표함과 선거자료가 이동하는 것을 막으며 공개적인 검증을 요구했다. 재검표를 실시하고, 왜 투표용지가 부족했는지 밝히고, 선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 선거를 치르라는 것이었다.
이들의 행동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았다. 6월 말이 지나도록 시민들은 투표함이 밖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장을 지켰고, 선거가 끝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이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시민들이 제기한 의혹은 거리의 구호로만 끝나지 않았다. 수사기관과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6월 11일 경찰 수사관 100여 명이 선관위 본부와 서울 지역 선관위 등 7곳을 13시간 동안 압수수색했고, 이어 6월 18일 국회도 45일간의 국정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이태한 특별검사팀은 9월 7일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기존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결론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고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 대상은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통계 조작 의혹 등을 포함해 모두 12개 사안이며, 자체 디지털포렌식팀도 꾸렸다. 수사는 최대 150일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특검은 국정조사 당시 확인하지 못했던 올림픽공원 개표소의 투표함 보관 장소와 선거인명부, 개표 관련 서류 등에 대한 현장검증도 추진하고 있다. 선거 직후 시민들이 투표함과 선거자료의 반출을 막으며 공개적인 검증을 요구했던 바로 그 현장을, 석 달여 뒤 특별검사팀이 다시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거리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요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 가운데는 이번 선거에서 부정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정치권과 선관위는 재선거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양쪽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제 특검까지 수사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또한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중국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는 만큼, 특검은 중국과 연결된 자금이나 인력, 전산 접근 기록, 온라인 계정 또는 조직적인 네트워크가 존재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선거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의혹을 무시한다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선거의 무결성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때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들여다보다 보면 조금 더 오래된 기록과 만나게 된다.
한국의 선거 시스템은 이번 지방선거가 있기 전부터 이미 외부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관위 전산망에는 이미 경고가 있었다
2023년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합동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선거인명부 관리, 사전투표, 개표 관련 시스템에서 여러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
국정원은 당시 공격자가 선관위 내부망에 침입할 경우 선거인 정보를 변경하거나 사전투표 여부를 조작하고, 허가되지 않은 투표용지를 출력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취약점들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에도 선관위 전산망을 향한 공격은 계속됐다.
2026년 1월 1일부터 6월 18일까지 선관위 홈페이지와 서버 등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시도는 모두 10만1,179건이었다. IP 기준으로 미국 1만7,884건, 베트남 6,084건, 인도 5,719건, 북한 3,543건 등이었으며, 특히 북한 IP에서 들어온 공격은 전년도 52건에서 3,543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에서 처음 포착되는 IP 주소가 곧 실제 공격자의 국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의 서버나 VPN, 탈취된 컴퓨터 등이 얼마든지 공격의 중간 경유지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 IP에서 몇 건의 공격이 들어왔는지를 집계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IP 주소의 실제 위치와 다른 나라의 서버나 VPN, 탈취된 컴퓨터가 어떤 경로로 중간 경유지에 이용됐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공격자가 무엇을 노렸는지, 그리고 선관위의 어느 시스템까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미국이 공개한 2억2천만 명의 유권자 데이터
한국에서 선거 시스템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던 바로 그해 여름, 미국에서는 중국의 유권자 데이터 확보와 관련해 훨씬 큰 규모의 정보도 공개됐다.
2026년 7월 30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 해제를 지시한 미국 정보기관 자료를 토대로 외국의 선거 개입에 관한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중국과 중국의 대리 세력은 최대 2억2천만 명의 미국 유권자 등록정보를 구매하거나 절취하고 해킹하는 방법으로 확보했다. 이 가운데에는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도 포함돼 있었으며, 미국 정보기관은 2022년에도 중국의 컴퓨터 네트워크 침투 행위자가 상업용 웹사이트에 저장된 유권자 등록정보를 확보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수억 명의 유권자 정보를 왜 확보했으며, 그것을 어디에 이용하려 했는가 하는 문제다.
기밀 해제 자료에서 미국 정보기관은 외국 세력이 유권자 등록자료를 확보할 경우 데이터를 변경해 특정 유권자나 유권자 집단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거나 선거 당일 지연을 일으킬 수 있으며, 확보된 데이터를 다른 영향력 작전의 대상을 선정하고 메시지를 맞춤화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름과 주소만 따로 놓고 보면 평범한 개인정보처럼 보이지만 지역과 연락처, 정치적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정보가 결합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느 지역의 어떤 유권자가 어떤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고, 그 결과를 SNS와 온라인 광고, 가짜 계정, 정치적 메시지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에 영향을 주는 일은 투표함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유권자의 주소와 연령, 정당 등록 정보, 투표 이력과 같은 데이터를 확보하면 특정 지역과 유권자 집단을 골라 이들에게 맞춘 정치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노출할 수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불신을 키우거나 투표 참여를 떨어뜨리는 정보를 퍼뜨리는 방식으로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보기관의 공식 정의에서도 선거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 행위는 후보자와 정당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유권자의 판단과 선호, 정치 과정 자체에 영향을 주려는 활동까지 포함되며, 유권자 등록 시스템과 데이터, 투·개표와 결과 보고 같은 기술적 영역을 겨냥할 경우에는 선거 개입의 범주로 다뤄진다.
미국 정부의 관심은 7월 자료 공개에서 끝나지 않았다.
9월 3일 미 연방대배심은 매사추세츠주 앤도버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 Yupeng Sun을 부정 유권자 등록 및 부정투표 혐의로 기소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공소 내용에 따르면 Sun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다른 중국 국적 영주권자의 신원을 이용해 2024년 10월 온라인으로 유권자 등록을 한 뒤, 같은 달 몰든 시청에서 그 사람의 이름으로 조기투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동시에 유권자 명부 자체에 대한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9월 8일 트럼프 행정부는 국토안보부의 SAVE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주정부 유권자 명부의 시민권 여부를 대량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하급심은 개인정보보호와 오류로 인해 합법적 유권자가 명부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을 막았고, 행정부는 그 결정이 선거 무결성 확보를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대법원까지 간 상태다.
이어 9월 11일에는 미 법무부가 29개 주와 워싱턴 D.C.에 2024년 대선 관련 기록을 모두 보존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현재 여러 주에 상세 유권자 등록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폐기할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주정부들과 연방정부 사이에서는 개인정보보호와 연방정부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지금 유권자 명부와 비시민권자 투표, 선거 데이터가 단순한 행정자료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선거보안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이 다른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유권자 데이터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이미 언론을 이용한 정보전이 확인된 바 있다.
한국 언론사의 이름을 빌린 중국 사이트
2023년 11월 국가정보원은 한국 언론사처럼 꾸며진 38개의 가짜 한국어 뉴스 사이트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운영에는 중국 홍보업체 하이마이와 하이쉰이 연관돼 있었다.
이들은 한국 언론사의 기사를 동의 없이 가져와 사이트를 채웠고,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가장했다. 국정원은 또 이 사이트 및 관련 유통망을 통해 친중국·반미 성격의 콘텐츠가 퍼진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이 위험한 이유는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 언론사와 비슷한 이름으로 사이트를 만들고 실제 한국 언론의 기사로 채워놓으면, 독자들은 외국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라고 의심하기 어렵다. 여기에 다른 목적의 메시지를 섞을 경우 그것이 실제 한국 언론의 보도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더욱이 기사가 SNS에 공유되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최초 출처는 점점 확인하기 어려워지고, 몇 차례 공유와 재전송을 거치고 나면 누가 처음 만든 정보인지보다 내용만 남게 된다. 즉,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실제 보도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5년 4월에는 또 다른 중국 홍보업체 취안메이셔가 서울신문, 제주일보, 대구신문, 매일신문, 서울일보 등 한국 언론사의 이름을 도용한 7개 사이트를 운영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도메인 등록지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싱가포르에도 분산돼 있었다.
국정원은 당시 새로 발견한 7개 사이트에서는 문제성 콘텐츠 유포 정황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그보다 앞선 2023년 두 차례 조사에서는 중국 홍보업체들이 운영한 한국 언론사 위장 사이트가 200개 이상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을 미화하는 콘텐츠가 얼마나 많이 퍼졌느냐만이 아니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확산시키고 한미동맹에 대한 불신을 키우거나, 한국의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국 국민들을 친중국으로 만드는 것보다 그 사회 내부의 진영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편이 때로는 훨씬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7,704개의 가짜 계정, 그리고 계속 바뀌는 방법
중국과 연계된 온라인 영향력 작전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 왔는지는 해외 사례에서 더 분명하게 보인다.
2023년 8월 메타는 중국에서 운영된 대규모 비밀 영향력 네트워크를 적발했다.
보안업계에서 Spamouflage라고 불린 이 작전과 관련해 메타는 페이스북 계정 7,704개와 페이지 954개, 그룹 15개, 인스타그램 계정 15개를 삭제했다.
활동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만 머물지 않았다. X, YouTube, TikTok, Reddit, Pinterest, Medium, Blogspot 등 50개가 넘는 플랫폼에서 같은 작전의 흔적이 발견됐으며, 메타는 당시 이를 세계에서 확인된 가장 큰 규모의 크로스플랫폼 비밀 영향력 작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실제 사람들의 대화 속에 들어갔는가 하는 것이다.
2024년 Graphika는 Spamouflage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유권자인 것처럼 가장하는 계정들을 운영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민주·공화 양쪽 후보를 공격하면서 총기, 마약, 노숙자, 인종갈등처럼 미국 사회가 이미 첨예하게 갈려 있던 문제들을 이용했다.
정치권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에게 반감을 키울 만한 이슈를 더하고, 상대 진영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심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실제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조작된 안내문을 퍼뜨리는 방식까지 확인되고 있다.
7월 13일 Graphika는 Spamouflage가 미국과 유럽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국 공산당 비판 행사와 티베트·위구르 관련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조작된 행사 전단을 만들어 Facebook과 X에서 유포한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행사 시간이나 장소 등을 틀리게 만들어 참석을 방해하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은 한국 내에서 대규모로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어의 장벽과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이었다.
한국어 문법이 맞아도 실제 한국 사람이 쓰는 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연령대에 따라 사용하는 표현이 다르고, 정치 성향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며, 존댓말과 인터넷 은어까지 복잡하게 섞여 있어 외국인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는 상당한 장벽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장벽마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AI는 한국어 장벽을 없애고 있다
2026년 2월 25일 미국 스팀슨센터는 중국의 영향력 작전이 한국과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 관련 연구에서 한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한국 선거에 개입하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확인된다고 분석했으며, 특히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의 발전을 중요한 변화로 지목했다.
중국 군사 연구자들 역시 중국의 해외 영향력 작전에서 외국어 능력과 문화적 이해 부족이 약점이라는 점을 지적해왔지만, 최근 대규모 언어모델이 등장하면서 정치 메시지를 연령대나 대상에 맞게 바꾸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가짜 인물의 프로필을 만들고 댓글과 게시물을 대량으로 생산해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퍼뜨리는 작업도 이제 AI를 이용해 훨씬 빠르고 대규모로 할 수 있게 됐다.
Graphika가 2025년 AI 기반 영향력 작전을 조사했을 때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됐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반드시 정교하거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가짜 게시물과 댓글을 만들어 여러 플랫폼에 퍼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팀슨센터는 지금까지 중국의 한국 대상 영향력 작전이 미국이나 대만에 비해 규모와 실제 효과 면에서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AI의 등장이 바로 그 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적극적인 영향력 작전을 펼치기 어려웠던 이른바 ‘2차 표적’ 국가에서도, 이제는 현지 사회에 맞춘 콘텐츠를 대규모로 만들어 유통하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5만 명의 외국인 유권자와 상호주의
현재 한국에서는 만 18세 이상 외국인 가운데 F-5 영주자격을 취득한 후 3년이 지나고 외국인등록대장에 등재된 사람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다.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이 조건에 따라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모두 15만1,532명이었다. 2022년 12만7,623명보다 18.7% 증가했고, 외국인 지방선거권이 처음 시행된 2006년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늘었다.
2026년 외국인 유권자의 국적별 최종 세부 통계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외국인 유권자 12만7,623명 가운데 중국 국적자가 9만9,969명으로 약 78%를 차지했다.
이 문제는 이미 국회의 논의 대상이 됐다.
2026년 3월 13일 임종득 의원 등 10명은 외국인의 지방선거권 요건을 영주자격 취득 후 현행 3년에서 7년으로 강화하고, 한국 국민에게 동일한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국가의 국민에게는 한국에서도 지방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7월 행정안전위원회로 넘어갔고, 8월 24일 다시 논의됐다. 3월 6일 서지영 의원 등 19명이 발의한 별도의 개정안 역시 미국·중국·일본 등이 한국인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점을 들어 상호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의 연방선거에서는 시민권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다른 중국 국적 영주권자의 신원을 이용해 유권자로 등록하고 투표한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자가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한국 역시 선거제도에 외국의 영향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는지 점검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권자 데이터와 온라인 정치활동을 이용한 중국의 영향력 작전이 이미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 문제를 이제는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할 대표자를 선택하고 그들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는 단순한 선거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에 선언된 국민의 주권이 현실의 정치권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는 그 어떤 외부 세력도 개입할 수 없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선거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을 요구하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국민이 선거에 의혹을 제기한다면 정부와 수사기관이 해야할 역할은 그 의혹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실을 밝히는 일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외국 세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선거 논란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적 주권과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다.
공정한 선거가 무너진다는 것은 결국 국민이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국민이 자신의 한 표가 온전히 자신의 의사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을 수 없다면, 과연 그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