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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 레퀴엠인가, 부활인가?

글: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회장 겸 최고경영자

북한 인권 운동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눈에 띄게 약화됐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가져왔을까?

국제관계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세계는 힘의 과시와 국익을 중시하는 현실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 원인은 다양하며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한 가지 요인으로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 미국 외교정책에서 현실주의, 즉 리얼폴리틱의 대표적 실천가였던 고(故) 헨리 키신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들 수 있다. 키신저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전통적인 대통령’으로 평가하면서, 그가 독특한 ‘외교정책적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았다. 현실주의가 부상하면서 인권 옹호를 통한 국내적 변화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유엔과 기타 국제기구를 통한 협력을 강조하는 제도주의, 그리고 인권을 비롯한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중시하는 구성주의 등 다른 국제관계 접근법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 감소했고, 북한 인권 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참혹하다. 약 20만 명이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북한 특유의 봉건적 성격을 띤 ‘연좌제’ 때문에 한 사람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까지 물어 최대 3대에 걸쳐 처벌과 고문, 투옥, 심지어 살해가 이루어진다. ‘잘못된 사상’, ‘부적절한 교제’, ‘김씨 일가 정권에 대한 불충’으로 간주되는 행위는 가혹하게 처벌된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 특히 기독교인들은 국가의 적으로 취급된다. 기독교는 김씨 일가 숭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지하 기독교 공동체는 자유로운 사상 교류의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평양은 이제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종교 박해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탈북민을 포함해 수많은 정치범이 다른 구금시설, 특히 ‘교화소’로 불리는 노동교화시설에 수감돼 있다. 북한 인권 유린의 가장 큰 피해자 가운데 하나는 여성이다. 여성들은 강제 낙태를 당하고, 중국 체류 중 중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경우에는 태어난 아기를 살해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김씨 일가 정권이 ‘인종적 순수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비공식 경제활동과 시장 거래를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동시에 북한의 비공식 시장에서 ‘위법행위’로 간주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학대받으며 투옥되는 경우도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북한에는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에 거주하는 약 34,600명의 탈북민 가운데 일부와 해외 각국에 거주하는 개인 및 단체들이 북한 인권을 옹호해 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한 투쟁의 최전선에 서 왔다.

2014년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북한 인권 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호주 출신의 마이클 커비, 인도네시아 출신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세르비아 출신의 소냐 비세르코 등 세 명의 조사위원은 전 세계 시민사회와 협력하면서 보고서의 조사 결과와 권고사항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김씨 일가 정권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 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 이후에는 헌신적이고 효과적인 국제 북한 인권 옹호자들의 ‘3인 체제’가 등장해 지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인권 옹호자들의 사기를 높였다. 이 체제는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마르주키 다루스만, 한국의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 이정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3인 체제’는 페루 출신의 유엔 특별보고관 엘리자베스 살몬,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미국의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체제로 재편됐다.

그러나 현재 이 ‘3인 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 아래에서 한국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할 가능성은 낮다. 이전 진보 정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인권 유린을 ‘진보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 역시 현 정부 아래에서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국제법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살몬 박사의 업무 범위와 전문성을 고려하면 그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침략’을 규탄했던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 그녀와 협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 인권 문제를 이끌어 온 ‘3인 체제’의 소멸은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주도권과 관심의 약화로 이어졌다.

북한 인권 운동은 늘 정치·군사·안보 현안에 밀려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오늘날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타당한 이유로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집중돼 있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관심은 탄도미사일 시험과 수출, 소형무기,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이란과 테러 대리세력인 하마스·헤즈볼라·후티에 대한 터널 기술 수출 등에 쏠려 있다. 러시아 전선에 투입하기 위한 북한의 포탄과 탄도미사일, 심지어 특수부대 병력의 파견에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불안정과 폭력을 해외로 확산시키는 행위는 마땅히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북한 내부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현실은 그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늘 다른 인권 위기들과 관심을 놓고 경쟁해야 했다. 오늘날에도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쿠바의 인권·인도적 위기, 그리고 세계 각지의 난민·이민·강제추방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난민 위기는 느린 속도로 계속되고 있지만, 더 이상 국제사회의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한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 언론은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보도해 왔다. 특히 워싱턴 D.C.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한국에서 이들의 보도는 미국 수도에서 나온 정보라는 점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다. 국제 언론 역시 한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관련 정보가 세계 각국의 정보 채널로 확산된다. 보수 정부가 집권하면 한국 언론은 북한 인권 문제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보도하지만, 진보 성향 정부가 들어서면 관련 보도는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현재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의 보도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25년 초 이들 방송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었고, 그 결과 관련 보도가 크게 감소했다. 직원들은 사전 통보 없이 일터를 떠나야 했으며,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정보원 자료가 업무용 컴퓨터에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정보원과 인적정보 네트워크와의 연결도 끊겼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서서히 복구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운영 규모는 축소됐고, 해고됐다가 복직한 많은 전직 직원들도 여전히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과거의 정보망을 복원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과제는 자금 조달이다. 한국의 진보 성향 정부들은 북한 인권 NGO에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고(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NGO에 조용하고 신중하게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이재명 정부에서는 단순히 지원이 중단된 데 그치지 않았다. 북한 인권 NGO들이 사실상 고사 위기에 놓였다. 한국에 기반을 둔 북한 인권 NGO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졌고, 많은 단체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고위직에 임명했던 북한 인권 옹호자들, 특히 탈북민 출신 인사들까지 해임됐다. 지원과 소통의 통로도 끊겼다.

미국에서는 험난한 시기를 거친 끝에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과 국가민주주의기금(NED)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DRL은 인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반영해 이제 국가별이 아니라 주제별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북한 인권만을 위한 별도 기금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의 NGO들은 같은 주제 범주에 속한 전 세계 다른 NGO들과 경쟁해야 한다. 주제별 접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과 폭력을 확산시키는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인권 단체에 대한 국가별 지원이 다시 이루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의 이러한 대외적 폭력 수출은 국내외에서 북한 주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행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글로벌 NGO들도 북한 인권 문제를 산발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된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결국 자금 제공자의 우선순위가 크게 작용한다. 주요 관심 분야에는 다양성, 불평등, 포용, 이민, 강제추방, 강제실종, 가자지구, 강한 반이스라엘 성향, 강한 반트럼프 행정부 성향,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훌륭한 사명을 추구하지만, 적어도 일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분야들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한국 정부 아래에서는 각 부처와 정부 산하 싱크탱크, 그리고 정부 자금에 의존하는 싱크탱크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한국의 기부문화는 미국과 다르다. 개인 기부자들은 주로 교육 관련 사업, 특히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명망 있는 기관에 기부한다. 인권단체에는 좀처럼 기부하지 않으며, 북한 인권단체에는 더욱 그렇다. 북한 인권단체를 후원했던 기업들은 좌파 성향 정부 아래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세무조사를 받고 처벌받았다고 느끼면서 더 이상 기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기업과 개인의 후원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한국 NGO는 한국이나 미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자금이 끊기면 단체들은 존립하기 어렵다.

통일은 북한의 인권 유린과 군사적 도발, 탄도미사일, 핵무기 및 기타 대량살상무기(WMD)로 대표되는 한반도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 중요한 열쇠다.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의 통일부는 사실상 김정은의 ‘두 국가’ 구상을 묵인해 왔다. 어쩌면 이 부처는 현 정부 임기 중 해체되기 전에 ‘분단부’로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는 풍선을 통한 정보 전달이나 서해 해류를 이용해 플라스틱 병을 띄워 보내는 방식, 또는 북한으로 밀반입되는 마이크로 SD카드를 통한 정보 유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과거 이러한 활동을 주도했던 탈북민들은 자금 지원이 끊기고, 활동이 금지되거나 주변부로 밀려났으며, 깊은 좌절과 우울감을 겪고 있다.

북한 인권은 다시 한번 ‘교류’라는 제단 위에 희생되고 있다. 거의 30년 동안 반복해서 들어온 똑같은 주장이 또다시 재생되고 있다. 김정은이 왜 남한과 교류하겠는가? 왜 미국과 교류하겠는가? 핵무기를 경제적 지원과 맞바꾸기 위해서인가? 그는 이란과 러시아, 테러단체 등에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며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그래왔듯이,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북한 인권 운동을 위한 레퀴엠을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그 부활을 겸손하고 축복된 희망 속에서 기다려야 하는가?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한 도덕적·윤리적·정치적 의무를 넘어선다. 인권과 안보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북한 정권은 생존을 위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군대를 유지하며,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외화와 사치품을 통해 엘리트층을 유지해야 한다. 정권은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자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한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 북한은 40개국에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했다.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와 중국, 중동 지역으로 보내졌으며 건설 노동자, 벌목공, 수산물 가공공장 노동자, 식당 종업원, 선원, 어부 등으로 일했다. 이들은 심각한 노동권 침해를 겪었고, 임금의 최대 90%가 몰수되기도 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대다수 북한 주민은 공공 동원 캠페인을 통해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다. 수용소의 노동력은 광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된다. 그리고 현재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에 이르는 북한 남성들이 북한 지도부만을 부유하게 만드는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김씨 일가 정권은 더 이상 한반도나 동북아시아에 국한된 위협이 아니다. 분쟁 지역에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면서 세계적인 위협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외적 폭력의 수출은 북한 주민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 인권은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존엄, 번영, 그리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가져다줄 핵심 열쇠다. 레퀴엠은 필요 없다. 그 인권운동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렉 스칼라튜는 워싱턴 D.C.의 북한인권 전문가로, 현재 북한인권위원회(HRNK) 회장 겸 CEO를 맡고 있다. 2011년부터 2024년까지 HRNK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연구를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스쿨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루마니아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했으며 1999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20년 넘게 자유아시아방송(RFA) 한국어 프로그램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으며, 미국 의회와 주요 국제 언론에서 북한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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